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러시아 군대와 (북한) 인민이 벌리고 있는 '특수군사작전'은 불굴의 힘과 애국주의, 정의의 위업에 대한 시위"라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인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특사 역할을 해왔던 쇼이구 서기는 전날 평양에 도착해 김정은과 2시간가량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쇼이구 서기는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 쇼이구 서기가 북한을 찾은 건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쇼이구 서기가 푸틴 대통령의 친근한 인사와 중요 친서를 쇼이구 동지가 정중히 전해드렸다"며 "김정은 동지는 깊은 사의를 표하고 존경하는 푸틴 대통령에 보내는 전투적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날 담화는 두 나라의 안전 이익과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중요 문제들, 지역 및 국제정세에 관한 양국 지도부 견해와 의견들이 폭넓게 교환됐으며 완전 일치한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담화에서 종전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언제든 추가 파병 등을 지원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선 앞으로도 국가 주권과 영토 안정,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의 투쟁을 변함없이 지지하려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의 확고부동한 선택이며 견결한 의지라고 언명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1만1000명 안팎의 병력을 보냈다. 단기간에 4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올해 들어 추가 병력까지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선 북한군의 조력에 힘입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일시 점령당한 쿠르스크 영토 상당 부분을 탈환했다는 외신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특수군사작전 지지 표명을 직접 언급한 것은 러시아와의 혈맹적인 유대를 과시하는 성격으로 평가된다"며 "종전 협상에서도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며 필요시 언제든 북한군의 추가 파병, 미사일 등 무기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을 지속할 것임을 사실상 약속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통신은 "담화에서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의 조항들을 무조건적으로 실행해나갈 두 나라 지도부의 용의가 피력됐다"며 "김정은 동지와 쇼이구 동지는 안전 분야를 포함한 다방면적인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 위한 전망적인 사업들에 대해 중요하고도 유익한 담화를 나눴다"라고도 했다.
한편 이날 담화에선 김정은의 모스크바 방문을 비롯해 휴전 관련 사안과 북한군 파병의 대가 등에 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매체인 타스통신은 면담에선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 초기 단계, 우크라이나 상황, 다른 지역과 특히 한반도의 안보 문제 등 여러 주제에 대해 논의됐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