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재 중단” 압박 하루만에
버티던 러, 서둘러 美달래기 나서
러-우크라 “휴전선언 뒤 공격 받아”
양측 포로 538명 최대 규모 교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크렘린궁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면담 중 ‘부활절 30시간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및 종전 중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시사한 지 하루 만이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시간이 아닌 30일 휴전을 해야 한다”고 역제안을 하며 맞섰다. 30시간 휴전은 사실상 보여주기식 조치일 뿐 실질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휴전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취지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의 부활절 휴전 선언 뒤에도 양국은 서로 상대방이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휴전에 필요한 실효성 있는 조치 역시 딱히 취하지 않고 있다.
● 트럼프-루비오 ‘동시 압박’ 하루 뒤 ‘휴전’당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8일 미국의 중재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30일간 부분 휴전’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서방의 대(對)러 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이 같은 휴전안은 사실상 이행되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의 중재에도 공격을 이어가며 버티던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 하루 뒤에 휴전을 선포한 건 일단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여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두 당사국(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한쪽이 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들면 우리는 ‘당신은 바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중재 노력을 안 하고) 넘기겠다(take a pass)’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루비오 장관도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주요국 장관들과 회동한 뒤 “며칠 안에 분명한 진전이 보이지 않으면 미국은 협상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압박했다.실제로 미국이 중재에서 손을 떼면 서방의 대러 제재 해제 움직임도 중단되게 된다. 그만큼 러시아로서도 일단 미국을 달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타티야나 스타노바야 프랑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매우 짧은 시간의 휴전이라면 (푸틴에겐) 잃을 게 없고, 자신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활절에도 러 최전방서 59회 포격”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 개시일인 19일 오후 ‘X’에 올린 게시물에서 “완전한 휴전이 유지된다면,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부활절인 20일 이후로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부활절 아침까지 러시아는 최전방에서 59회의 포격을 퍼부었고, 다섯 차례 공격을 시도했다”며 러시아의 휴전 선언에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도 20일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를 공격했다고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이번 휴전 선언이 러시아가 2023년 1월 일방적으로 러시아정교회 크리스마스를 맞아 36시간의 휴전을 제안했지만 흐지부지됐던 상황처럼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러시아의 30시간 휴전 선포가 휴전 논의에 다시 시동을 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취임 100일을 앞두고 휴전 성과를 내려 조바심을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을 밀어붙이기 위해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인정해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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