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승부의 순간에도, 양 팀 감독은 떠나는 명장을 잊지 않았다.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체이스센터에서 열리는 휴스턴 로켓츠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6차전, 이날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진 양 팀 감독은 일제히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뇌졸증 증세로 감독 자리를 이탈했던 그렉 포포비치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은 이날 감독 은퇴를 공식화했다. 그는 농구 운영 부문 사장으로 구단 운영을 이끌 예정이다.
지난 1996년 샌안토니오 감독에 부임, 이후 팀을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다섯 차례 우승과 정규시즌 통산 최다인 1422승을 기록한 포포비치는 그렇게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먼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폽(포포비치의 애칭)이 이 티셔츠를 입은 것을 알면 날 죽이려고 할 것”이라고 농담을 던진 뒤 “폽, 그리고 스퍼스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내 커리어에 많은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 오늘은 스퍼스 구단만이 아니라 NBA 전체에 감정적인 하루가 될 것이다. 그는 여러 명의 코치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며 포포비치에 대해 말했다.
현역 시절 샌안토니오에서 포포비치 감독 밑에서 뛰었고 감독으로서 경쟁했으며 함께 미국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던 커는 “폽은 내 인생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가장 중요한 사람중 한 명”이라고 말한 뒤 “오늘은 슬픈 날이지만, 동시에 고무적인 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구단 차원에서 다음 역할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동으로 그는 건강 문제에서 회복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감정이 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감정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며 말을 이었다.
이어 등장한 이메 우도카 휴스턴 감독은 “포포비치는 내게 많은 영향을 미친 분”이라며 그를 추억했다.
현역 시절 샌안토니오에서 3시즌을 뛰었으며 은퇴 후 코치로 7시즌을 포포비치와 함께한 그는 “그분에 대한 이야기, 그분께 받은 영향에 대해 하자면 밤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분과 거의 10년을 함께했다. 그분께 농구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분이 매일 전해주시는 메시지, 교훈들은 큰 도움이 됐다”며 포포비치의 영향력에 대해 말했다.
우도카는 이날을 “달콤씁쓸한 하루”라 표현하면서 “그의 건강이 많이 나아졌고,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고, 그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다. 그와 함께 일하고 그에게 배우면서 그를 친구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을 이었다.
두 감독은 떠나는 노장에 대한 감정은 추스르고 이제 승부를 위해 코트에 나설 것이다. 현재 골든스테이트가 3승 2패로 앞서 있다.
커 감독은 116-131로 패한 지난 5차전에서 배운 것이 있는지를 묻자 “우리가 못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전략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냥 더 잘해야했다. 오늘은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할 준비가 돼있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우도카는 “마지막으로 이곳에 왔을 때 같은 모습은 피하고 싶다. 경기 시작부터 2-13으로 밀렸고 3쿼터에도 1-18로 밀렸다. 이것이 상대의 강점중 하나다. 상대 턴오버를 노려 대량 득점을 만드는 팀이다. 우리에게 있어 모든 플레이 옳은 것을 하기 위한 정신적인 강인함, 매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기간 핵심 주제다. 상대는 관중 분위기에 따라 더 몸싸움도 심하게 할 것이다. 거기에 예전처럼 반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