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주인공이 다발성골수종으로 숨지면서 이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다발성 골수종은 림프종, 백혈병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암이다. 과거엔 치료제가 많지 않아 환자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지만 최근엔 다양한 치료옵션이 생겨 장기 생존도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의료기관에서 다발성 골수종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만1219명으로 5년 전인 2018년(7742명)보다 45%가량 증가했다. 새롭게 다발성 골수종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2010년 연간 1000명에서 2020년 2500여 명으로 두 배가 넘었다. 신규 환자의 6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할수록 다발성 골수종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혈액세포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으로 이뤄졌다. 백혈구의 림프구엔 형질세포가 있다. 형질세포는 바이러스, 세균 등 항원으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항체를 분비한다. 다발성 골수종은 골수 안에 있는 형질세포가 암세포로 바뀌어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형질세포가 정상 항체 대신 항체 기능을 못하는 특정 단백질(M단백)을 많이 만들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인체 장기를 망가뜨릴 수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재훈 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건강검진할 때 무증상 단계에서 M단백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다”며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결과 등이 좋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악화를 막는 최선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혈액과 소변검사에서 M단백이 발견되면 골수검사 등을 한 뒤 다발 골수종으로 확진한다. 이후 전신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시행해 골침범 병변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병이 진행되면 고칼슘혈증 탓에 졸음, 의식 저하 등이 생길 수 있다. 오심, 구토 등 위장관 증상과 빈혈도 흔한 증상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부종, 허리나 관절통증, 압박골절 등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대개 환자의 70% 정도가 뼈 부위 통증과 골절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는다. 20% 정도는 콩팥 기능 저하, 빈혈 등으로 병원을 찾는다.
다발성 골수종은 주로 항암제 등으로 치료한다. 조혈모세포이식, 방사선치료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20여 년간 항암치료 성과가 많이 축적됐다. 2000년대 초반엔 평균 생존 기간이 3년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10년 넘게 장기 생존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대 초반엔 치료가 힘들었던 환자도 이젠 장기 생존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이중항체 치료제,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 등이 성과를 거두면 더 이상 치료제가 없던 환자들이 다음 치료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다발성 골수종 치료 성적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글로벌 임상시험 역시 국내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항암제 부작용도 점차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임성원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반복되는 뼈 부위 통증이 있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간과하지 말고 정밀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