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4월 글로벌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로 대폭락을 맞았으나, 이른바 개인 투자자들인 ‘개미’들은 이를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식이나 자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크게 하락했을 때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는 투자 전략인 일명 ‘바이 더 딥(Buy the Deep)’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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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4월 1~15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5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결제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 26억765만달러(3조7232억원) 보다 약 1.4배 많았다.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을 발표한 이후 미국 증시는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코스피·코스닥도 장중 한때 5% 이상 급락해 사이드카까지 발동하는 등 혼란스러운 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국내·외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적 매수 전략을 펼쳤다.
폭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은 국내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000660)가 1조560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삼성전자(005930)가 1조4383억원, 현대차(005380)가 4760억원, 기아(000270)가 1933억원, LG전자(066570)가 1331억원 순이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커진 올해 들어서 일명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비중은 더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1월 1일~4월 15일) 미국 주식 누적 순매수 규모는 137억3390만달러(19조601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순매수액 49억2932만달러(7조351억원)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종목별로 보면 폭풍 매수세가 더 두드러진다. 이 기간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 주식은 급락세가 두드러졌던 테슬라가 1위로, 이 기간 약 3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ETF’,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 등 주가 수익에 따라 2~3배로 가격이 연동되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을 위주로 조 단위로 쓸어 담았다.
폭락장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는 현상은 최근 주식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급락장에 ‘패닉 매도’에 나서기보다 추가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폭락 이후 시장이 빠르게 반등한 학습 효과로 폭락장을 ‘추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시장이 단기적으로 급락했을 때 해당 자산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변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저점 매수에 나서는 ‘바이 더 딥’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VIX) 등 위험 신호에도 개인 투자자는 국내법상 허용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 등에 대해 투자 비중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리는 등 공격적 투자 성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고위험 상품을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들 가운데 특히 충분한 자금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용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등의 지나치게 적극적인 투자 행태는 신중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정확한 매수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렵고, 하락장 진입 초기라면 심리적으로 손실을 오래 감내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