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글로벌 생산기지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 이은 제2 ‘K철강 메카’로 육성한 중국 사업은 대폭 축소하고 미국과 인도, 인도네시아를 신(新)생산거점으로 키우는 게 골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작년 3월 취임한 장인화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저수익 자산을 처분하기로 하고, 그 대상에 포스코의 유일한 중국 제철소인 장자강포항불수강을 포함했다. 1997년 문을 열 때만 해도 이 회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스테인리스강 제선과 제강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관제철소였다. ‘중국의 포스코’로 불릴 정도로 각광받았지만, 이후 중국 현지기업들이 스테인리스강을 쏟아내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높은 관세 탓에 수출도 막혀 지난해 가동률이 69.8%로 떨어졌고, 영업수지는 129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그룹이 정리에 나선 해외 사업장은 중국뿐이 아니다. 지난해에만 파푸아뉴기니 중유발전법인, 피앤오케미칼, 일본제철 지분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현금 6625억원을 마련했다. 포스코는 추가적인 자산 매각으로 2조7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돈은 미국과 인도 시장에 투입한다. 철강산업 특성상 운송비가 많이 드는 만큼 수요가 큰 시장에는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미국의 ‘관세 폭탄’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인 2018년 수입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한국은 협상을 통해 관세를 피했지만 ‘쿼터 부과국’으로 분류돼 2015~2017년 연평균 철강 수출량의 70%(268만t)만 미국에 팔 수 있었다. 트럼프 2기 정부를 맞아 25% 관세가 되살아나면서 쿼터는 해제됐다.
포스코가 미국 생산기지 구축을 고심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 회장은 지난달 31일 “인도와 미국에서 ‘현지 완결형 투자’로 성과를 내자”고 했다. 현지 완결형 투자는 소재부터 제품까지 해당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인도 철강사 JSW와 합작법인(JV) 형태로 인도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선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생산량 확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