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너덜너덜… 이미래가 본 인류의 미래는

1 day ago 3

서울서 첫 퍼포먼스 작품 선보여
음악가 이민휘-배우 배선희 협업
“폐기물은 결국 모두 돌아갈 장소”

이미래 작가의 퍼포먼스 신작 ‘미래의 고향’에서 퍼포머들이 발전기가 달린 자전거를 설치하는 모습. 작가는 서울 근교에서 수집한 폐기물과 예전 작품을 해체한 재료를 이용해 이번 전시의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미래 작가의 퍼포먼스 신작 ‘미래의 고향’에서 퍼포머들이 발전기가 달린 자전거를 설치하는 모습. 작가는 서울 근교에서 수집한 폐기물과 예전 작품을 해체한 재료를 이용해 이번 전시의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지난해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터빈홀에서 대형 설치 작품 ‘열린 상처’를 공개해 주목받았던 이미래 작가의 첫 퍼포먼스 작품 ‘미래의 고향’이 28일 공개됐다. 퍼포먼스는 30일까지 사흘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다원공간에서 음악가 이민휘와 배우 배선희 등과의 협업으로 총 6회 진행됐다.

29일 다원공간은 비닐과 전선, 샤워기 헤드, 고무호스 등 각종 산업 폐기물을 엮어서 너덜너덜하게 매단 설치 작품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폐기물을 묶거나 뭉치게 한 뒤 모터를 달아 움직이도록 하거나, 액체가 흐르게 만들어 기괴한 생명체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은 이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소다. 테이트모던 터빈홀에서 이 작가는 공중에 발전기를 매달고 쇠사슬을 돌아가게 한 다음 이 사슬 위에 벗겨진 피부처럼 보이는 분홍색 천 조각을 달았다. 이번 전시에선 작품이 움직이지 않는 대신 노을빛 같은 노란 조명을 비추고, 메탈 음악을 크게 틀어 폐허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조명이 흰색으로 바뀌고 전시장 속 쓰레기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작품이 매달린 배튼(batten·조명과 무대 장치를 다는 가로대)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배우 나경호가 무대로 나와 한편에 놓인 쓰레기들을 쓰다듬거나 던지고 두드리면서 “제비야 내 꿈 좀 버려줘”, “해석에 실패하고 싶다” 등 김승일 시 ‘버리는 제비’ 중 일부 구절을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읊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쓰레기를 던지고 부수는 강도가 강해졌다.

반대편에서는 음악가 이민휘가 발전기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스피커를 작동시켰다. 이 스피커가 켜지면서 쓰레기들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소리가 계속해서 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전거 페달을 끊임없이 밟아야 하기에 퍼포먼스 막바지에는 퍼포머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그간 작가가 쓰레기를 소재로 마치 고통스러운 듯 꿈틀거리게 표현한 작품을 통해 보여줬던 자기혐오와 연민을 배우들의 행동과 대사, 사운드 등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가 보여주는 힘겨움과 고통의 이미지는 날카롭지만, 그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남았다. 이 작가는 전시 서문에서 “폐기물은 우리가 꾸는 모든 꿈이 결국에는 돌아가게 될 장소”라며 “잔해의 이미지는 우리가 잊어버리려 몸부림치지만 언제나 바로 뒤에 바싹 붙어 있는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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