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이 어딨어요'…등록금 1000만원 넘는데도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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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26 19:52 수정2025.04.26 19:5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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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특수대학원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공지능(AI)·헬스케어 등 산업계의 인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신산업 분야에 초점을 맞춘 과정을 적극적으로 개설하면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자신만의 전문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 재직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비싼 등록금에도 수요 탄탄

26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주요 9개 사립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가 운영한 특수대학원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1070만원으로, 학부 등록금(829만원)보다 29.1% 비쌌다. 학점 기준으로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학부생은 연간 18학점을 이수하는 반면 특수대학원생은 12학점만 수강하기 때문에 학점당 등록금은 특수대학원(89만2000원)이 학부(46만1000원)의 약 두 배에 달한다.

대학들이 특수대학원 등록금을 학부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은 입학생들의 경제적 여건을 반영한 전략이다. 입학생 대부분이 경제력을 갖춘 직장인인데다, 상당수는 재직 중인 회사에서 교육비를 지원받는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금전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의미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만 25~55세 재직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직자의 고등교육기관 평생직업교육 수요 분석’에 따르면, 교육 프로그램 참여 결정 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교육내용의 전문성’(56.9%·중복응답)과 ‘현업적용도’(50.3%)였다. 이어 ‘편리한 접근성’(40.4%), ‘교·강사의 전문성’(33.3%), ‘최신 트렌드 반영 정도’(33.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비용’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19.1%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머물렀다.

정부는 그동안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학들이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도록 압박해왔다. 하지만 특수대학원 원생들의 경우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이 아니어서 정부가 정한 인상률 법정 상한 내에서 꾸준히 등록금이 인상됐다. 학부와 특수대학원 간 등록금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진 배경이다.

특수대학원 신설 봇물

현업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원하는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해 대학들은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특수대학원을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헬스보건대학원을 신설해 첫 신입생을 모집했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확대되는 보건의료 수요를 겨냥했다. 연세대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융합대학원을 개원했다. AI와 컴퓨터 분야의 이론 지식과 최신 기술을 두루 갖춘 전문인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반영했다.

대학 본부가 특수대학원 신설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설립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원을 신설하려면 교육부와 사전협의가 필수지만, 특수대학원은 정원 조정 요건과 모집단위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이 자체적으로 설립을 결정할 수 있다. 확보해야하는 최소 교원 수도 일반대학원(5명)보다 적은 3명이다. 학부 전임교원을 겸직 발령만 내도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 신규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특수대학원 신설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수대학원장을 역임한 서울 소재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행정업무와 보직 부담에 특수대학원 강의까지 더해지면서 교수들은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고, 이는 곧 연구 성과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려면 특수대학원 전담 교원을 별도로 채용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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