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보호한다면서 생매장까지…가족이라면 그렇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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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하남 등지에서 운영중인 '신종펫숍'에서 구조된 반려견의 모습. / 사진=동물자유연대

이천 하남 등지에서 운영중인 '신종펫숍'에서 구조된 반려견의 모습. / 사진=동물자유연대

보호소를 가장해 반려동물을 대신 맡아준 뒤 고액에 되파는 ‘신종펫숍’이 전국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다. 입양되지 않은 동물을 유기·방치하거나 생매장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보호소를 위장한 신종펫숍 영업이 동물 입양 제도를 왜곡시키고 있다"며 제도 개선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반려동물 '되팔이' 성행

18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이 같은 형태의 신종펫숍은 올해 3월 기준 전국에 약 220곳으로, 2023년 5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동일한 조사 방식으로 집계한 130곳 대비 69.2% 증가했다. 주요 업체 중 일부는 전국 지사를 운영하며 '유기동물 보호소', '입양센터' 등으로 위장해 영업 중이다.

신종펫숍은 반려동물을 더 이상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안락사시키는 건 꺼리는 보호자들의 심리를 파고들며 성행하고 있다. ‘평생 보호하겠다’는 말을 앞세워 위탁비 명목으로 동물을 인수한 뒤, 입양 희망자에게 다시 고액의 운영비를 청구하는 방식이다. 포메라니언, 말티푸(말티즈+푸들), 러시안 블루 등 인기 품종은 수백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성업하고 있는 신종펫숍 /사진=온라인 캡쳐

온라인에서 성업하고 있는 신종펫숍 /사진=온라인 캡쳐

이들 신종 펫숍은 정부에 등록된 동물판매업체로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일반 펫숍과 달리 ‘보호소’를 가장해 사업자 등록 없이 무허가 분양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법적 감시나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제도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믹스견 등 비인기 품종은 입양자가 없어 사료와 물조차 받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유기·안락사·생매장되는 극단적인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천 하남 등지에서 운영중인 '신종펫숍'에서 반려견이 방치돼 관리되지 않고 있는 모습. / 사진=동물자유연대

이천 하남 등지에서 운영중인 '신종펫숍'에서 반려견이 방치돼 관리되지 않고 있는 모습. / 사진=동물자유연대

문제는 이 같은 실태가 적발돼도 수사기관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동물자유연대는 2023년 8월 경기 하남의 한 신종펫숍을 입양받은 고양이를 유기한 혐의로 고발했다. 보호자가 맡긴 고양이가 거리에서 유기된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수사를 맡은 하남경찰서는 “같은 고양이인지 사진으로만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정책변화팀장은 “2023년 여주에서 118마리 생매장 부지가 확인된 사건처럼 물리적 증거가 명확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유기·방치 사례는 수사 단계에서 무력화된다”며 “펫숍 운영자 내부 고발이 아니면 증거 수집이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반려동물 가족과 같이 생각해야”

국회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관련 입법에 나섰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신종펫숍의 위장 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호소’ 명칭 사용 제한과 영리 목적 동물 인수 금지 등을 담았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신종펫숍의 위장 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임호선 의원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신종펫숍의 위장 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임호선 의원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거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에서 신종펫숍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지적한다. 일부 국가들은 동물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반려동물 분양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2020년부터 생후 6개월 이하의 강아지·고양이를 일반 판매업체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독일은 동물 판매업에 대한 허가 요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유기동물 입양 위주로 문화가 정착된 상태다.

박주연 동물권변호사단체 PNR 이사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책임져야 한다는 문화적 기반이 한국 사회엔 여전히 부족하고, 제도 역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한 단속을 넘어 사회적 인식 개선과 법체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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