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인듯 아닌듯"…칼 간 이마트24, 성수에 '트렌드랩' 열었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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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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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4번출구 앞. 대중교통을 타고 성수동을 진입하자마자 곧장 보이는 거리에 ‘이마트24’ 매장 간판이 눈에 띈다. 성수동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위치로 꼽히는 이 곳에 이마트24는 약 100㎡(약 30평) 규모로 새로운 형태의 편의점을 냈다. 미래 비전과 새로운 고객 수요를 실험하는 '트렌드 플랫폼' 역할을 하는 매장이다.

이마트24는 이날 성수동에서 리브랜딩 후 처음 개점한 플래그십스토어 ‘트렌드랩 성수점’을 공개했다. 트렌드 중심지 성수에서 1020 젠지(Z세대)와 트렌드에 민감한 30대 고객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브랜드 팝업이나 캐릭터 굿즈 특화 공간 등을 전면에 내세운 ‘편의점 같지 않은 편의점’이다. 단순한 판매점을 넘어 이마트24가 지향하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비전을 압축해 보여주는 실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사진=안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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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콘크리트 천장과 철제 구조물 등을 그대로 살린 외관으로 성수동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매장 인테리어는 성수만의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끌어왔다”며 철물 기둥이나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가설작업대(아시바) 등을 활용해 보통 편의점에서 보기 어려운 실험적 콘셉트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이번 플래그십스토어는 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며 소비 문화를 주도하는 ‘젠지 여성층’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했다. 매장 내부에는 1020 여성들이 선호하는 ‘어뮤즈’, ‘W컨셉’ 브랜드로 구성한 ‘브랜드팝업존’을 비롯해 1020세대가 좋아하는 캐릭터 굿즈·지식재산권(IP) 활용 상품을 소개하는 특화공간이 마련됐다. 브랜드 팝업존은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약 3개월마다 바꿔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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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존’에서는 이마트24 상품기획자(MD)들의 실험적인 트렌드 상품이 소개됐다. 10~30대 게임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트릭컬 리바이브’의 단독 굿즈 18종을 새롭게 선보인다. '귀멸의 칼날', 스파이 패밀리 등 일본 애니메이션 IP콜라보 굿즈 40여종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벤트존’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 굿즈와 MD들의 실험적인 트렌드 상품들을 일반 매장보다 먼저 선보이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식 판매에 앞서 고객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마트24의 식품 경쟁력을 보여주는 ‘스타상품존’에는 정식 개장 전부터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붐볐다. 신세계푸드와 협업한 서울대빵, 시선강탈버거, 디저트류가 비치됐다. 조선호텔 손종원 셰프는 물론 최현석·여경래·오스틴강 등 스타셰프와 협업한 간편식 시리즈도 진열됐다. 신세계푸드, 신세계L&B, 조선호텔 등 신세계그룹 관계사와의 시너지를 활용한 상품이 많다.

이밖에 편의점 속 작은 카페를 콘셉트로 한 ‘투 고 카페(To-Go Café) 존’에서는 즉석커피 5종, 과일 리얼 스무디 6종, 커피와 어울리는 베이커리 6종 등 테이크아웃 가능한 메뉴를 운영한다. 고객들은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말차라떼 등 3000원 이하의 금액으로 다양한 카페 메뉴와 과일 스무디를 즐길 수 있다. 커피와 함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베이커리 상품 등 먹거리도 운영한다. 먹거리 상품은 셀프로 조리해 취식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공간과 거리 사이에는 오픈된 공간을 만들어 마치 거리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사진=이마트24 제공

사진=이마트24 제공

트렌드랩 성수점은 단순한 체험형 매장을 넘어 이마트24의 미래 브랜드 방향성과 중장기 상품 전략을 집약한 상징적 공간이다. 이마트24는 이 매장에서 내년에 젠지 세대 취향을 방영한 600종의 신상품을 추가로 선보인다. 이를 통해 편의점 상품 2500개 중 1000개를 트렌디한 상품으로 채우는 등 고객은 물론 경영주들이 이마트24의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마트24의 점포 수는 올해 3분기 기준 5747개로 그간 손익분기점으로 삼아온 6000개 밑으로 뚝 떨어졌다. 3분기에만 386개 점포가 폐점했다. 실적 악화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이마트24 매출은 전년 대비 2.8% 감소한 5521억원, 영업손실 78억원을 기록했다. 경쟁 편의점인 CU와 GS25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호재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된 것과 다른 흐름이다.

이마트24는 이날 새 슬로건도 공개했다. ‘올데이하이라이트(All day highlight)’로, ‘고객의 일상 속 모든 순간을 더욱 빛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향후엔 성수점을 시작으로 내년 중 네 곳의 플래그십 매장을 추가로 선보인다. 각 매장은 성수처럼 트렌드를 중심형 모델뿐 아니라 K컬처, 디저트·델리 특화 등 지역 특성에 맞춰 각각 다른 콘셉트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마트24 측은 “트렌드랩 성수점은 이마트24가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상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의지를 담은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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