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판정되면 은행 계좌 동결
예금 인출·부동산 계약 올스톱
인지능력 없어 돈 관리 못해도
재산 있으면 정부 지원서 제외
부유·중산층 환자 사실상 방치
미리 신탁·후견인 등 대비해야
# 80대 A씨는 치매 진단을 받아 일상적인 판단과 금전 관리가 어려운 상태다. 함께 살던 아들이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되면서 A씨는 홀로 남겨졌다. A씨에게는 월세를 받는 임대주택이 있고 금융자산도 있다. 문제는 돈을 관리하고 사용할 법적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A씨가 받던 방문요양 서비스도 비용을 납부하지 못해 중단 위기에 놓였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쉽게 개입하지 못한다. A씨는 법적으로 무연고자가 아니고, 재산과 임대소득이 있어 긴급복지나 공공부조 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 치매 환자인 70대 여성 B씨는 서울 도심의 알짜 재개발구역에 위치한 단독주택에 홀로 살고 있다. 주택은 노후화됐지만 재개발이 완료될 경우 자산가치가 6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B씨는 미혼이고, 해외에 있는 다른 친척들과 왕래도 끊긴 상태였다. 치매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B씨는 주변 이웃의 도움도 거부했다. 낡은 집에서 상한 음식을 주워 먹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 채 오염된 이불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고령 1인가구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치매환자가 급증하면서 치매머니 문제는 앞으로 가장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기초수급자 등 저소득층과 달리 중산층이나 부유층 치매환자의 경우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유료 지원을 거부하면 돈이 있어도 피폐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전적 대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1인가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연령대별로 보면 70세 이상 비중이 19.8%로 가장 높았다. 데이터처는 고령 1인가구 비중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고령인구 가운데 치매환자 비율을 뜻하는 치매유병률은 2023년 기준 9.2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9개국의 2023년 기준 평균 치매유병률 6.1%와 비교하면 1.5배 높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75세가 넘어가면서 치매 발병률이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75~79세의 인구 대비 치매환자 비율은 12%, 80~84세 20%, 85세 이상 38%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
치매환자가 급증하면서 치매머니 문제는 앞으로 가장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행 민법과 금융실명법에 따라 치매 판정을 받아 의사능력을 상실할 경우 치매머니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동결 상태’에 빠진다. △은행 예금 인출 △보험 계약 체결 및 해지 △상속 및 증여 △주식·펀드 등 금융상품 매매 △부동산 관리·처분·임대 모두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돈이 있어도 꺼내 쓰지 못하면서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 위기에 처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 저소득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울 수 있다. 문제는 저소득이 아닌 중위소득이나 자산가인 경우다. 실제 서울 25개 자치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250개 이상의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전체 치매환자 가운데 치매센터에 등록된 비율은 55%에 불과하다. 45%는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일하는 홍종석 작가(‘치매는 처음이지’ 저자)는 “혼자 사시고 자녀가 없거나 연락이 단절된 70·80대 어르신들이 치매에 걸리게 되면 돈이 있어도 전기·가스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전기가 차단되며 추위에 떨고 음식도 해먹을 수 없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가족이 있어 후견인을 맡더라도 문제는 있다.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님의 돈은 돌아가시면 자신들이 받을 상속 금액이다. 홍 작가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 자녀가 치매에 걸린 부모를 위해 더 좋은 서비스를 선택하기보다는 비용이 적게 드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달에 450만원이 드는 입주간병인과 월 100만원인 요양시설 다인실 중 후자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형제자매나 친척 간 교류가 점점 줄고 전통적인 가족 중심 돌봄 체계가 약해지면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과 관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치매 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639만원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연간 치매 관리비용은 22조9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95%를 차지했다. 2050년엔 치매환자 수가 225만명으로 늘고, 국가의 치매 관리비용이 125조원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여전히 전체 치매환자의 45%가 제도권 밖에 있다”며 “치매안심센터의 운영 모델을 수동적 ‘환자 내방형’에서 능동적 ‘방문·지역사회 연계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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