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포천힐스CC에서 열린 대회 중 코스 상태가 가장 좋습니다. 페어웨이와 러프가 깔끔하게 정리돼 있고 그린 스피드도 역대급으로 빨라서 공이 정확하게 굴러가더라고요.”
21일 디펜딩 챔피언 박현경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를 이렇게 평가했다. 박현경은 지난해 이곳에서 12언더파 276타를 친 뒤 윤이나와 4차 연장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년여 만에 포천힐스로 돌아와 프로암과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코스를 돌아본 박현경은 “포천힐스 코스가 작년에도 좋았는데 올해 더 좋아졌다”며 엄지를 세워보였다. 그는 “여름인데도 그린 스피드가 빨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2019년 포천힐스로 대회 장소를 옮긴 뒤 쭉 이곳에서 열렸다. 지난 6년간 세 번의 연장과 세 번의 역전 승부 등 수많은 명장면을 쏟아내며 수도권 최고 인기 골프대회로 자리 잡았다. 선수들은 코스 상태 개선이 확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 시즌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예원은 “페어웨이와 그린 모두 흠잡을 곳 없이 아주 좋다”고 했다.
이 대회 2회 우승자(2022·2023년)이자 이날 6언더파를 몰아쳐 우승 경쟁에 뛰어든 박민지는 “여름에 이렇게 그린 스피드가 빠른 경우가 없다”며 “최근 대회 코스 중 잔디 상태가 가장 좋아 선수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포천힐스가 선수들로부터 호평받게 된 데는 과감한 투자가 한몫했다. 올해 총상금을 작년 대비 1억원 늘린 15억원으로 결정하면서 KLPGA투어 메이저급 대회에 걸맞은 코스 세팅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골프장 측 설명이다. 전반이 진행되는 가든코스 4번홀(파3)과 6번홀(파3), 대회 때 후반 13번홀(파5)로 운영되는 팰리스 4번홀 그린을 전면 교체하는 대공사를 했다.
송광림 포천힐스 대표는 “선수들의 높은 기량을 뒷받침할 최고 코스를 만들기 위해 코스관리팀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잔디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대회 3개월 전부터 평소보다 적게 손님을 받으며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대회 첫날부터 3.2m의 빠른 스피드로 세팅된 ‘유리알 그린’은 이번 대회 승부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이날 버디 8개를 몰아치며 공동 선두로 1라운드를 마친 김수지는 “코스 상태가 작년보다 훨씬 좋아 정확한 샷이 가능했다”며 “빠르고 깨끗한 그린이 버디를 많이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빠른 그린이 익숙하지 않은 아마추어 박서진은 “경기 초반 빠른 그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55㎜로 길게 조성된 러프도 순위 싸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한 명인 배소현은 첫 홀인 10번홀(파5)부터 티샷 실수가 나와 위기를 맞았다. 깊은 러프에 빠진 공을 두 번의 시도 끝에 페어웨이로 빼냈고 ‘5온 3퍼트’ 끝에 트리플보기를 적었다. 배소현은 이날 1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 선두권과 격차가 꽤 벌어져 우승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포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