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가 끌어올린 임대료…쫓겨나는 토박이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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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비는 상가]③성수동 팝업스토어 전국에서 제일 많이 열려
임대료만 오르며 임대인도 임차인도 ‘눈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심화시킨다

  • 등록 2024-12-17 오전 5:10:00

    수정 2024-12-17 오전 5:10:00

[이데일리 박지애 이배운 기자] ‘MZ 핫플(핫플레이스)’의 대표 지역인 서울 성수동마저 텅 빈 상가들이 늘며 이를 팝업스토어로 활용하는 ‘단기임대’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선 공실로 두느니 단기로라도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단기로 들어오는 임차인 입장에서도 장기로 계약하지 않고 필요한 기간만 이용할 수 있어 좋다.

성수동 새우깡 팝업스토어 모습(사진=스위트스팟)

하지만 대부분의 팝업스토어 진행은 대형 리테일 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일대 임대료만 끌어올리는 등 성수동 전반적인 시세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이를 못 버티고 폐업하는 가게들이 늘면서 팝업스토어가 많이 들어선 지역일수록 자영업자들이 내몰리는 형국이다.

16일 리테일 프롭테크 기업 스위트스팟이 발간한 ‘2024년 상반기 팝업스토어 총결산 및 사례집’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 주요 상권지 중 팝업스토어를 가장 많이 오픈한 지역은 성수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진행된 팝업스토어는 총 677개로 이 중 197개가 성수에서 진행돼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뒤이어 팝업스토어가 많이 진행된 곳은 여의도, 강남, 홍대, 잠실 순이었다.

성수동 크림아뜰리에 팝업스토어 모습(사진=스위트스팟)

팝업스토어는 단기간 이뤄지기 때문에 공실로 남아 있는 상가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단기로만 진행되다 보니 장기 임대보다 임대료가 비싸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상반기 팝업스토어의 평균 운영 기간은 16일로 한 달도 못 채운 곳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단기임대는 단가가 비싸 일대의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단 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며 외부인과 투자금 유입으로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하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성수동에서 소품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임대료가 2~3년 동안 법에서 정한 최고치로 계속 오르고 있는데 올해부턴 매출까지 줄었다. 특히 계엄 사태 이후 발길이 거의 없어 가게 문을 닫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이대로 나가면 권리금도 받을 수 없어 밤에 잠도 안온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성수동 뚝섬의 주요 상권 임대가격지수는 직전 분기 대비 4.29% 상승했다. 현행법상 임대료 인상은 연간 5% 이내로 이뤄져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 분기 만에 4%가 넘은 것은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높은 임대료 대비 매출은 늘어나지 않으면서 폐업이 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성수동 점포 수는 2022년 2분기 2만 321개에서 2023년 2분기 1만 9890개로 감소하더니 올해 2분기엔 1만 9686개로 더 쪼그라들었다. 하반기 대출 규제, 환율 급등에 탄핵 정국까지 맞으며 폐업률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고 상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선 팝업스토어와 같은 단기 임대만으로는 상권을 살리긴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팝업스토어가 주를 이루는 단기임대의 경우 자본이 있는 대형 리테일 업체들 위주로 진입할 수 있어 자영업자들은 더 내몰리게 되는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단 분석이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리테일 임차자문팀 이사는 “온라인,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에 팝업스토어는 오프라인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는 트렌드”라면서도 “단기에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지만 공실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리테일 브랜드들은 판매 중심의 소규모 점포를 정리하고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로 전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요 상권의 프라임 공간은 임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작은 매장과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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