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층 추진중인 서초 진흥 등
국방부서 설치 요구 받아
주거시설 내 軍기지 전례없어
서울시·재건축 조합 '난색'
국방부가 초고층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재건축 단지에 대공방어시설 설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강남 지역 재건축 조합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주거시설에 대공방어시설을 구축한 사례는 없어 서울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공방어시설 구축은 조합 입장에서 사업성을 저해하고 생활 불편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불만이 커지고 있다.
22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서울시 정비사업조합 일부에 대공진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 심의위원회 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르면 대공방어 협조 구역 내에서 위탁고도(77~257m) 높이로 건축할 경우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 심의 결과를 반영해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공방어 협조 구역은 원활한 군사작전 수행을 위해 국방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지역이다. 서울 도심 내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등이 대공방어 협조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심의 결과를 통보받은 서울 내 정비사업 조합은 5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59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진흥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대공방어시설 설치 의견을 보내왔다"며 "군사시설 구축 계획이 구체화하면 조합원 의견을 물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봉구 창동 상아1차, 도봉구 쌍문한양1차도 대공진지 구축을 요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이 요구한 대공진지는 포대와 탄약고 설치 공간뿐만 아니라 군인들의 생활시설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군의 요구에 조합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공진지 구축은 사업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단지 내에 군이 주둔해서 주민들이 불편해지고, 유사시 적의 타격 위협에도 노출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아파트 최고 35층 룰'을 폐지한 이후 50층이나 70층 초고층 주거 정비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공진지 설치 문제로 기존에 세운 초고층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고, 도심 주택 공급에 새로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보 측면에서 국방부의 방향성과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주거와 비주거를 구분해 설치하는 운영의 묘가 발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대공진지 구축은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대공방어시설을 구축해야 하는 조합은 그만큼 비용이 추가 소요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낮추는 등 기부채납을 줄여줘야 주택 공급에 차질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순민 기자 /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