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2 김민하 “아픈 역사인 만큼 소중...세상 모든 ‘선자’를 위해”

3 weeks ago 3

애플TV+ 파친코2 김민하·이민호
2차 세계대전 재일교포 애환 그려
“자이니치 삶·관동 대지진 등 역사
더 상처주지 않기 위해 소중히 다뤄“

시즌1 이후 2년 반 만에 공개
극중 7년 흐른 시점부터 전개

2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파친코’ 시즌2 제작발표회와 취재진 인터뷰에서 배우 이민호(왼쪽)와 김민하. 사진제공=애플티비플러스

2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파친코’ 시즌2 제작발표회와 취재진 인터뷰에서 배우 이민호(왼쪽)와 김민하. 사진제공=애플티비플러스

지난 2022년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로 등장한 배우 김민하(29)에게 이 작품은 더없이 소중하다. 주연배우로 이름과 얼굴을 알리게 해준 작품이라서만은 아니다. 2년 반 만에 돌아온 시즌2 1화 공개를 앞두고 23일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처음 선자를 만났을 때 가진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달라진 건 없었다. 똑같이 소중한 마음으로 몰두해서 임했다”고 강조했다.

“저한테 이 작품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돼줬기 때문이에요. 특히 시즌2에선 ‘나도 나중에 (선자처럼)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저런 생각을 하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인간 김민하로서도 소중한 작품이었어요.”

‘파친코’는 20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한국인 이주민의 애환을 그린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등에 꼽혔던 한국계 작가 이민진의 원작 소설을 한국계 각본가 수 휴(허수진)가 총괄 제작했다. 이미 시즌1은 미국 에미상 후보 지명, 크리틱스초이스 최우수 외국어시리즈 수상 등으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았다. 시즌2는 23일부터 매주 금요일 1회씩 8주에 걸쳐 공개한다.

주인공 선자는 여전히 강한 삶의 의지를 갖고 자신에게 당당한 인물로 역사의 파고를 헤쳐간다. 시즌1에서 태중의 아들 노아와 일본 오사카로 건너와 김치를 담가 팔며 생계를 이었는데, 시즌2 시작 부분에선 7년의 세월이 흘렀다. 노아는 14살이 됐고, 둘째 모자수까지 아들들은 재일교포 2세로서 정체성의 갈등을 겪는다. 형님 경희(배우 정은채)와 연대해 삶을 꾸려가고, 노아의 친부 고한수(배우 이민호)와는 재회하는 등 복잡한 감정을 겪는다.

2022년 시즌1 공개 후 지난해 시즌2를 촬영·제작한 터라 새 시즌 공개까지 2년 반의 공백이 있었다. 그러나 극의 전개는 변함없이 촘촘하다. 시즌1이 1910~1930년대 일제강점기 한국·일본과 1980년대 일본을 교차하며 재일교포의 삶을 조명했다면, 시즌2는 그에 이어서 1940년대 2차 세계대전과 거품 경제가 절정이던 1989년을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펼친다.

근현대 역사의 격랑에 휩쓸렸던 선자(김민하·윤여정 분)를 중심으로 4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파친코’ 시즌2의 한 장면. 사진제공=애플TV+

근현대 역사의 격랑에 휩쓸렸던 선자(김민하·윤여정 분)를 중심으로 4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파친코’ 시즌2의 한 장면. 사진제공=애플TV+

살아본 적 없는 시대, 아직 겪어보지 않은 중년의 삶을 연기한 김민하는 “특히 아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 어려웠다”며 “제 부모님 생각도 들고 정말 많이 배웠다. 생각해보면 그런 삶이 너무 많다”고 돌아봤다. “극중 7년의 세월 동안 선자가 성장했을 모습을 그려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주름 등 분장도 수십 번 테스트하며 도움을 받았죠.”

시즌1에서도 선자의 삶은 세대와 국적을 떠나 세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해외 시청자들 반응을 묻자 김민하는 “결국은 사랑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선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많은 분들에게서 ‘나도 그랬다’ ‘우리 엄마, 할머니도 그랬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나도 외국에 살 때 빨래 잘못해 냄새가 없어져 버려서 속상한 적이 있었어’라고 해주신 분도 계셨어요. 각각의 에피소드가 모두에게 다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일제강점기와 2차 세계대전, 자이니치(재일교포)에 대한 차별 등 무거운 역사도 그에겐 ‘소중’하다. 김민하는 “자이니치의 삶을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공부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내가 너무 몰랐더라”라며 “충격을 받은 만큼 누군가를 더 상처 주지 않고 다룰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시즌2에도 전쟁 피폭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것들을 알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이 이야기는 진짜 소중히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대본을 읽을 때도, 촬영을 할 때도, 작가님(수 휴)과 가장 많은 나눈 이야기는 ‘그래서 이 사람들의 희망은 무엇일까’라는 거였어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의 빛을 놓지 않는 것이 저에게 큰 주제였고, 보시는 분들께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어둠 속에 있는 것 같더라도 혼자가 아니란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민호 “김민하 첫인상부터 선자 그 자체”
김민하 “소중한 작품...시즌3도 하고파”

2년 반 만에 돌아온 시리즈 ‘파친코’ 시즌2의 한 장면. 일본의 2차 세계대전 시기와 1989년 황금기를 교차하며 재일교포의 애환을 그린다. 사진제공=애플TV+

2년 반 만에 돌아온 시리즈 ‘파친코’ 시즌2의 한 장면. 일본의 2차 세계대전 시기와 1989년 황금기를 교차하며 재일교포의 애환을 그린다. 사진제공=애플TV+

함께 인터뷰한 배우 이민호는 시즌1에서 관동대지진을 겪은 한수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때를 떠올리며 “부끄럽지만 이 사건을 (작품을) 준비하며 알게 됐다”며 “시대적 비경을 이해하기 위해 그 시대 사진 자료를 최대한 많이 구해서 봤는데, 웃고 있는 사진이 단 한 장도 없더라. 가슴이 아팠고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오디션 때 기억도 떠올렸다. 이민호는 특히 “오디션장에서 우연히 민하와 스쳐 지나간 적이 있는데 ‘되게 선자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며 “처음 봤을 때부터 선자 같았고, 오랜만에 시즌2 촬영할 때도 얼굴을 보자마자 한수가 선자를 보면 느낄 감정이 피어나더라”라고 했다.

한류 스타 반열에 오른 그가 작품 오디션에 임해 발탁되는 과정은 국내선 귀한 경험이다. 이민호는 “선택받기 위해 준비를 하고 열정을 태우는 시간 자체가 오랜만에 귀중했고 만족도도 높았다”며 “한국에선 (데뷔 후 어느 정도 지나면) ‘내가 오디션을 봐야 하냐’ 하는 문화가 있는데, 작품을 위한 완벽한 캐스팅을 위해선 오디션이 존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내 작품의 소중한 의미를 강조한 이들은 ‘시즌3가 제작된다면 참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앞선 제작 발표회에서 노년의 선자를 연기한 배우 윤여정이 “또 일본어 대사를 하라고 하면 시즌3는 안 하겠다”고 진심 섞인 농담을 던졌는데, 이민호는 이에 “여정 선생님만 설득하면 될 것 같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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