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로 전기 만들고, 해수로 냉각…바다에 빠진 데이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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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사탕을 연상케 하는 85m 길이 구조물이 선박에 끌려 바다 한가운데로 이동한다. 막대 끝부터 서서히 가라앉더니 ‘사탕’ 부분만 남긴 채 바닷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미국 해양 기술 스타트업 판탈라사의 파력 발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노드’가 바다에 설치되는 장면이다. 전기료 상승, 소음 유발 등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된 반발이 높아지자 대안으로 주목받는 해상 시설이다.

파도로 전기 만들고, 해수로 냉각…바다에 빠진 데이터센터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AI 연구기관 에포크AI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세계 AI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은 30기가와트(GW)로 추정된다. 미국 뉴욕 최대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는 국가 전력망과 민간 발전회사에서 에너지를 조달한다. 전기요금 급등에 불을 붙일 기미가 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기술 기업은 자체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자체 발전은 효율성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간 거리가 짧을수록 송전 설비 구축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도 줄어든다. AI 칩과 발전 설비를 통합하면 이 같은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자체 동력원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이 거론되지만 판탈라사는 파도 힘을 이용하는 파력 발전에 주목한다. 정확히는 파도를 통한 수력 발전에 가깝다. 노드가 파도를 따라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바닷속 65m 길이 관(오션2 프로토타입 기준)으로 해수가 유입된다. 이때 발생한 압력은 노드 머리 부분에 있는 물 저장소로 해수를 밀어낸다. 해수는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 뒤 관으로 돌아간다. 특정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태양광 및 풍력과 달리 파도는 24시간 일관되게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바다 위 데이터센터는 열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수준 높은 연산 능력을 갖춘 AI 칩은 쉽게 뜨거워진다. 이는 과열에 따른 정전 문제를 유발해 데이터센터 작동을 멈출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바다에 설치하면 냉각에 필요한 전력을 40~60% 줄일 수 있다. 중국 해양 기술 기업 하이랜더의 이양 부사장은 자사 기술이 약 90% 냉각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정식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난점도 있다. 현재 노드 하나의 전력 발전량은 40킬로와트시(㎾h)다. 노드 하나에 전력 용량 1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가 설치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필요 전력의 25분의 1밖에 안 되는 발전량이다. 그만큼 전력 생산 능력이 보완돼야 한다.

운영 및 유지 관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미국 클린테크 전문 매체 클린테크니카는 “염분으로 인한 부식, 배터리 교체, 서버 보수 등 필수 정비에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백~수천 개 노드가 정확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계류시키는 것도 관건이다.

그럼에도 테크 투자자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팰런티어와 페이팔 공동창립자인 피터 틸은 판탈라사에 1억4000만달러(약 2097억원) 규모 투자를 주관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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