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고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이름값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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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이클리 /사진=블루스테이지 제공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이클리 /사진=블루스테이지 제공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지난 12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약 2개월간의 여정을 마쳤다.

예수의 생애 중 마지막 7일을 그린 이 작품은 197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반세기가 넘도록 사랑받아온 '고전 중의 고전'이다. 한국에서도 뮤지컬 대중화 초창기인 2004년에 초연해 벌써 6번째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지저스는 군중의 절대적 추앙을 받지만, 사람들은 그가 말하는 천국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앞의 기적만을 좇으려 한다. 점점 등을 돌리는 군중들, 제자인 유다마저 이상주의적인 지저스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깊어지는 지저스의 번뇌와 고민은 폭발적인 음악, 역동적인 군무로 세밀하고 집중도 있게 표현된다. 유다의 배신을 알아차린 지저스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울부짖는 장면은 놓쳐선 안 될 핵심 장면이다.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건 단연 음악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을 탄생시킨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을, '라이온킹', '아이다' 가사를 썼던 팀 라이스가 작사한 넘버들은 심오하면서도 폭발적인 감정선을 가져가는 극의 매력을 한층 부각한다. 클래식 작법에 강렬한 록 사운드와 웅장한 코러스가 더해져 파격적인 청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이번 프로덕션에서 작품을 대표하는 대명사 격의 배우들로 무대를 채웠다. 존재 자체가 지저스로 평가받는 마이클리는 2013년, 2015년, 2022년에 이어 네 번째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무대에 올랐으며, 박은태는 2015년 공연에 이어 10년 만에 돌아와 작품과 역할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열정을 보여줬다.

지저스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자 지저스의 명성과 그의 선택이 불러올 결과, 가난한 이들을 걱정하는 유다 역은 한지상, 윤형렬, 백형훈이 맡아 각기 다른 감정의 결을 선보였다. 지저스를 향한 애정, 고뇌, 분노, 불안 등 휘몰아치는 감정적 동요를 표현하며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지저스와 유다 외에도 김보경, 장은아, 정유지가 지저스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는 마리아 역으로 합류해 열연했다. 21명의 앙상블은 오직 춤과 표정으로 고통, 환희, 절정에 달하는 135분간의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원동력이 됐다.

완벽하고도 절제된 감정 연기, 화려한 퍼포먼스, 베테랑 배우라도 쉬이 도전할 수 없는 절대적인 넘버들까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이번 시즌에서 반세기를 뛰어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이어져가는 경이로운 수식어와 기록의 이유를 분명히 보여줬다.

종교적 배경지식이 없으면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극에 빠져들 수 있는 저력을 지닌 작품이다.

서울 공연을 마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부산과 세종에서 열기를 이어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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