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김철중]中 바이두 임원 딸이 불 지핀 개인정보 수집 논란

2 days ago 5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사건은 이렇다. 최근 한국의 아이돌그룹 멤버인 장원영의 중국 내 ‘찐팬’이 자신의 우상을 비판한 사람들의 직장,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곧 다른 누리꾼들이 역으로 그 찐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뒤져 아이디 뒤에 숨은 사람을 찾아낸다. 여기까지는 팬덤 간의 선 넘은 공격 정도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찐팬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의 부사장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찐팬은 겨우 13세였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中 대형 포털 입방아

중국 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찐팬의 아버지인 바이두 부사장이 SNS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어린 딸이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해 바이두 서버에 담긴 개인정보를 빼냈느냐로 모아졌다. 바이두 측은 논란이 불거진 뒤 3일 만에 “내부 조사 결과 해당 정보는 바이두 서버가 아닌 해외의 다른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중국 언론은 평소라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크게 보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관영 신화통신은 “바이두의 해명이 사람들의 의심과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중앙(CC)TV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점과 관련 범죄에 대한 기획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무엇보다 사건이 불거진 타이밍이 나빴다. 올해 초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기술력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중국 측으로 넘긴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정부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자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바이두가 얽힌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달가울 리 없다. 경제매체 펑파이신문은 “바이두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정부와의 AI 협력은 어려울 것”이라고 혹평했다.


中 정부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사실 중국에선 개인정보 수집 문제에 대한 반감이 작다. 1년 전 중국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 직원이 기자의 여권을 가져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신분 확인과 투숙에 필요한 절차라고 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내부에선 ‘공공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과도한 측면이 많다. 기차표, 관광지 입장권 등을 살 때도 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나 대형 포럼 행사장에서는 참석자들의 프로필 사진을 미리 요구한 뒤 얼굴 인식 시스템으로 출입을 통제한다. 6월부터 호텔 등 개인 사업장에서 마음대로 얼굴 인식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공공 분야에서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생활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앱)인 위챗이 중국 정부의 통제와 검열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이번 바이두 부사장 딸과 관련된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그 불똥이 자칫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과 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정부의 과도한 정보 수집과 통제, 나아가 유출 우려는 중국의 국제 위상과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중국이 공을 들이는 외국 기업과 투자 유치 정책에 더욱 안 어울린다. 중국은 ‘경쟁 상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자국 시장 진입장벽 낮추기, 외국 기업에 공정한 환경 조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유출 우려는 글로벌 기업이 ‘중국행’을 멈칫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딥시크나 최고 성능의 중국산 로봇청소기들이 해외 국가에서 왜 각종 우려를 낳는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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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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