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유통 이커머스 1위 업체 ‘발란’이 그제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유통업체가 법정관리로도 불리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부채의 원금·이자 지급이 중단될 뿐 아니라 이곳을 통해 상품을 판 판매자들이 대금을 받는 데 차질이 생긴다.
특히 발란은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데 항의하는 판매자들에게 정산을 약속해 안심시킨 뒤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해 비판을 받고 있다. 작년 1조5000억 원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가 ‘전산 오류 문제’라고 발뺌하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과 판박이란 말이 나온다. 발란을 통해 명품을 판 업체 1300여 곳 중 상당수는 수백억 원 규모의 대금을 제때 못 받거나, 떼이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발란 측은 투자유치 차질로 인한 단기 유동성 문제일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업체는 2015년 창립 후 연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고, 코로나19 때 급등했던 명품 경기가 꺾여 매출도 줄고 있다. 투자 유치, 기업 매각은 물론이고 정상 영업이 가능할지조차 의심스럽다.
한국 이커머스는 연매출 230조 원, 세계 5위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수위 기업마저 이익을 못 내는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티메프 사태 후 정부가 대금 정산기간 단축 등 대책을 내놨지만 경영 악화 사실을 숨기다가 막판에 ‘배 째라’식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걸 막진 못했다.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10곳 중 4곳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여서, 발란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런 기업들의 자금 흐름을 사전에 파악해 경영실패를 판매자나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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