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비판적 의견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추방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미대사가 자국민들의 환호 속에 귀국했다. 23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귀국한 에브라힘 라술 대사를 환영하기 위해 남아공 케이프 타운에 수백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들은 ‘당신은 조국을 위해 명예롭게 봉사했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라술 대사를 맞았다. 라술 대사는 환영 인파를 향해 “우리가 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후회없이 집으로 돌아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라술 대사는 14일 미국으로부터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돼 추방 통보를 받았다. 미국이 자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추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13일 라술 대사가 남아공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한 발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라술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유엔 등 기존 국제사회 질서를 유지해 온 기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를 동원해 기존 체제를 향한 공격을 도모한다고 주장했다.
라술 대사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반대 운동을 펼쳐온 남아공 정치인으로, 반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힌 이력이 있다. 이후 2010~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 대사를 한 차례 역임한 뒤 지난해 다시 대사로 임명됐다. 이전에는 남아공 웨스턴케이프주 총리를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남아공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남아공이 법에 따라 백인 농부들의 토지를 압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원조를 동결했다. 지난달 말 남아공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 장관회의와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는 루비오 장관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모두 불참했다. 루비오 장관은 당시 남아공의 토지 수용 정책과 ‘반미주의’라고 비판한 올해 G20 주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와 같은 대이스라엘 적대 정책 등을 불참 사유로 들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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