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전쟁 K콘텐츠까지 불똥 "외국영화에 100%"

6 hours ago 1

사진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제작되는 영화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철강·자동차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장하면서 K콘텐츠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국 영화산업에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즉시 시작하도록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은 미국 영화 제작자와 스튜디오를 미국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할리우드와 미국 내 다른 지역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영화산업의 쇠퇴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우리는 다시 한번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와 USTR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미국에 수입되는 해외 콘텐츠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까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확장법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관세 부과 등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 발언에 국내 영화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으로 미국 영화계와 한국을 포함한 해외 영화계의 합작 및 협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이들 영화의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영화 합작 투자가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미국 영화산업의 전체적 침체가 이어지리란 경고도 제기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통상협상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중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최종적으로 내가 협상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생충' 때리고 '록키' 지원한 트럼프 … 콘텐츠 시장에 기습펀치

'록키' 스탤론 등 원로 배우들과

할리우드 재건 추진한 트럼프

고율관세 강행땐 K영화 타격

일각에선 "현실성 낮은 엄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1월 할리우드 특사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등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트럼프와 스탤론이 한 행사에서 인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1월 할리우드 특사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등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트럼프와 스탤론이 한 행사에서 인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지난 1월 16일에는 트루스소셜에서 존 보이트, 실베스터 스탤론, 멜 깁슨 등 유명 영화배우 3명을 '할리우드 특사(Special Ambassador)'로 지명하면서 "이들은 지난 4년 동안 많은 사업을 해외에 빼앗긴 할리우드를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특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을 때 당시에도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한국과 무역에서 많은 문제가 있는데 올해 최고의 영화상을 줬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에 대해서는 미국 언론들도 정당성과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상황이다. 세계적 할리우드 영화를 여러 국가에서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데다 영화 산업의 내리막길이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출현에 따른 수요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인 액시오스는 "실제 관세가 어디에 어떻게 적용될지, 무엇에 대해 부과될지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밑도 끝도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 발언에 국내 영화계엔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의 수출액 가운데 약 15%는 미국이 차지한다.

국내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기생충'은 미국 배급사 네온이 2000만달러를 판권 구입과 마케팅 비용 등으로 투자했고, 흥행 성공으로 5000만달러가 넘는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뒀다"며 "영화 관세가 상향되면 이 같은 구조가 재연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영화 관세' 발언이 현실성이 없는 '엄포'란 해석도 나온다. 노철환 인하대 교수(영화평론가)는 "영화는 제조품처럼 수입한 금액에 준해 소비자에게 유동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다. 대형 신작이든 독립영화든 제작비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의 영화 관람료를 지급한다"며 "관세를 상향 조정한다고 해서 (티켓 가격까지 변동하지 않는 한) 미국이 이익을 볼 여지가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판권 50만달러의 대형 외화를 미국 배급사가 수입한다고 할 때 세율이 10%인 경우 관세는 5만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100% 관세를 적용해도 10만달러가 된다. 미국의 실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

그 대신 각국이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맞불 관세'를 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오히려 미국이 타격을 입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유태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