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제조사들이 제품 출하를 서두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1∼3월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전 세계 PC 출하량은 6270만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4% 급증한 수치로 코로나19 팬데믹에 재택근무가 늘며 전자제품 수요가 크게 늘었던 2021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품목별로는 노트북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난 4900만대를 기록했고, 데스크톱 출하량은 같은 기간 8% 늘어났다.
출하량은 미국에서 특히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등 제조사들의 생산기지가 밀집돼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관세를 크게 높인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제조업체들이 관세 부과 전 가격 상승에 대비해 제품 배송을 서둘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날리스는 “시장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미국의 관세 영향을 대비하면서 1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기업별로는 중국에서 제품 상당수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1분기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1% 늘어나며 가장 크게 늘었다. 중국 기업인 레노버의 출하량은 10.7%, 대만 기업이지만 중국에 가장 큰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에이수스의 출하량은 8.8% 늘었다. HP와 델의 전체 출하량은 각각 6.1%, 3.0% 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주요 기업들의 생산기지 ‘탈(脫)중국’ 행렬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으로 판매하는 제품의 90%를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산 더트 캐널리스 애널리스트는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면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에 직면할 것”이라며 “2분기 이후에는 출하량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