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태국에 대규모언어모델(LLM,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수출한다. 자회사인 KT클라우드를 통해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수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한데 모은 ‘GPU 팜(농장)’도 태국 현지에 구축하기로 했다. 기업의 AI 전환(AX)이라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사활을 거는 KT가 국내 통신사 중 첫 해외 수출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순항하는 AX 사업
15일 KT는 태국 자스민그룹의 정보기술(IT) 전문 기업 자스민테크놀로지솔루션(JTS)과 함께 태국어 기반 LLM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태국의 언어, 정치, 역사, 문화 등에 특화한 AI 모델이다. 양사는 지난해 3월부터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JTS는 미국 등 해외에 데이터 이전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LLM 모델을 원했고, KT가 파트너로 낙점됐다. 해외 현지에 종합 AI 인프라를 구축해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과 운영, 확장 환경을 마련하고 상용화에 성공한 건 국내에선 KT가 처음이다.
태국어 전용 LLM 개발에는 ‘토종 스타트업’의 힘을 빌렸다. 2023년 투자한 국내 LLM 전문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JTS는 앞으로 태국 내 기업과 기관에 GPU 구독 서비스(GPUaaS)를 시작할 예정이다. KT와의 협업을 발판 삼아 자사 AI 생태계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KT로선 태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태국 AX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KT는 이번 성공 사례를 계기로 동남아시아 시장뿐만 아니라 중동 유럽 등 다른 글로벌 시장으로 AX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진형 KT 전략·사업컨설팅부문 AI사업전략담당은 “태국어 특화 LLM 플랫폼 개발과 상용화로 KT의 AI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입증했다”며 “마이크로소프트, 팰런티어와의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AI 라인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T는 통신 특화 LLM 개발 중
전문가들은 한국 AX 기업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중국 어느 한쪽에도 종속되길 원치 않는 국가들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서다. 네이버만 해도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AI 협약을 맺고 아랍어 기반 LLM 구축에 착수했다. 네이버의 자체 생성 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아랍 현지 문화와 언어에 최적화된 LLM을 구축하고, 아랍어 사용자에게 특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사들과 통신 특화 LLM인 ‘텔코 LLM’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독일 도이체텔레콤, 아랍에미리트(UAE)의 이앤(e&), 싱가포르 싱텔, 일본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결성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합작법인을 통해 독일어·일본어 등을 지원하는 통신 특화 LLM을 개발하고 있다. 범용 LLM에 통신 서비스데이터를 학습시켜 통신 관리에 최적화된 LLM 구축에 나선 것이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