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시스트” 美전역서 2주만에 700건 동시 시위

13 hours ago 2

관세-反이민-구조조정에 분노
뉴욕-워싱턴에 수천명씩 몰려
“독재 물러가라, 왕에 반대” 외쳐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왕, 트럼프, 파시스트에 반대한다!”(No King, No Trump, No Fascist!)

“독재는 물러가라!”(Dictatorship has got to go!)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곳곳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맨해튼 브라이언트공원에서 시작된 이날 시위에는 최소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연방정부 구조조정 정책 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거듭 외쳤다.

각자 손수 만든 피켓과 포스터를 들고 나타난 시민들은 두 시간에 걸쳐 1.8km 떨어진 센트럴파크까지 행진했다. 노부부,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등 각계각층 시민들이 “우리는 모두 이민자다” “건강보험은 인권이다” “화석 연료 개발을 멈춰라” 등의 구호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판했다.

같은 시간 백악관이 있는 수도 워싱턴에서도 역시 시민 수천 명이 반트럼프 시위를 개최했다. 이들 또한 국회의사당에서부터 링컨기념관까지 이어진 내셔널몰 공원에서 “트럼프는 집에 가라”,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현수막, 성조기, 피켓 등을 들고 백악관 뒷마당 격인 라피엣 광장으로 행진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J D 밴스 부통령의 워싱턴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시작된 ‘50501’ 운동에서 비롯됐다. ‘미국 50개 주에서, 각 50건의 시위를, 하나의 운동으로 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출발한 이 시위에는 최소 29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서 700건 이상의 시위가 개최됐다.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NYT는 진단했다.

참가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위 일정을 공유하고 여러 정치 단체와 연대해 조직적으로 반트럼프 시위를 열고 있다. 연방 공휴일인 올 2월 17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에 첫 시위가 벌어졌다. 5일 약 50만 명이 참가한 ‘핸즈 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로 확대됐고 이날에도 비슷한 시위가 열린 것이다.

참가자들은 노동절(May Day)인 다음 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50501은 “트럼프와 그의 억만장자 친구들이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노조를 공격하며, 이민자 가정을 공포와 폭력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어 “재산보다 가족을, 사적 이익보다 공립 학교를, 헤지펀드보다 의료를, 자유 시장 정치보다 번영을 중시하는 나라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 참여”

이날 기자가 만난 시위대는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이 망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5일에 이어 이날도 시위에 참여했다는 워싱턴 시민 마이클 씨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미국이 침몰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나만 살기 위해 빠져나가는 건 조국을 버리는 것”이라며 시위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의) 모든 법과 균형, 원칙을 무시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워싱턴 시민 캐시 씨 또한 “원래 공화당 지지자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다 못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친구와 시위에 참석했다는 40대 여성 뉴요커 제인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의 모든 것이 이상해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주변도, 심지어 페이스북 게시물조차도 너무나 조용하다. 그게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뉴요커는 “사람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고, 목소리를 내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며 “나라도 일어서서 말하지 않으면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에 나왔다”고 했다.

● 트럼프 개인 비판 여론 고조

앞서 5일 시위 때는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및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만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최근 머스크가 무리한 업무 추진과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의 갈등으로 백악관 안팎에서 큰 비판을 받으며 영향력이 줄어든 게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부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을 나치 독일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 등에 빗댔다. 또 다른 시민은 뉴욕의 랜드마크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등을 들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실감할 수 있다. 이날 CNBC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1%였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람은 43%였다.

특히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5%로 ‘찬성’(43%)보다 훨씬 높았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줄 것으로 보고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가 많았지만 경제가 어느 때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믿는 미국인이 급증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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