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외국인은 일자리 뺏는다 생각…韓 전용비자 쉽지 않아"

5 hours ago 1

입력2025.10.25 15:56 수정2025.10.25 16:03

"트럼프 정부, 외국인은 일자리 뺏는다 생각…韓 전용비자 쉽지 않아"

"영어를 못하는 근로자도 즉각 자신의 체류신분을 설명할 수 있는 문서를 미리 구비해 두어야 합니다."(엘런 오어 전 이민변호사협회(AILA) 회장)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하얏트리젠시호텔 캐피톨힐에서 열린 한미의회교류협회(KIPEC·센터장 제임스 웨이먼)의 조지아주 사태 재발방지 정책 콘퍼런스에 토론자로 나선 오어 전 회장은 이 사태가 '불필요한 소동'이었다면서도 사전에 일부 예방하거나 더 빨리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오어 전 회장은 많은 근로자가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 둘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제시할 수 있는 합법적 서류(백포켓 레터)를 갖춰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이런 준비가 "체포를 막을 수는 없었더라도 해결을 좀 더 빨리 이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기록되고 있으므로 문제를 좀 더 미연에 방지할 여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런 초단기 기술 업무를 위한 적합한 비자가 없다는 것에 대해 참석자들은 동감했다. 박정우 무역협회 워싱턴DC 본부장은 "삼성 같은 대기업 뒤에는 첨단 제조업을 위한 거대한 생태계가 존재하며, 100개가 넘는 하청업체들이 기술자를 현장에 파견해 협업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들은 미국 내 법인이 없어 취업비자를 신청할 수 없고, B-1 비자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비자가 그들의 활동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약 30년 간 거의 변하지 않은 '구닥다리' 미국 비자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오어 전 회장은 "미국인 근로자를 대체하지 않고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입국했다가 귀국하는 근로자를 위한 비자가 필요하다"면서 "기술연수 비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애플에서도, 구글에서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일제 비자나 전문직 비자를 위해 반드시 고용되어야 한다'는 식의 제한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기업의 대미투자 활동에서 B-1이나 ESTA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입법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하고서는 "오직 의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우리 의회는 예산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당분간 해결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30년간 미국에서는 어떤 이민 개혁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한국 전용 전문직 비자 신설 법안 등 이민 제도 개선이 미국 의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사업을 하든, 일자리를 제공하든, '내게서 무언가를 빼앗는다'고 인식한다면서 "그런 서사가 계속되는 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는 영주권자에 대한 표현조차 '장기 체류자'로 바꿨다"면서 그는 이들이 '일자리 덩어리(전체 일자리 파이)'라는 허구적 개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박 본부장은 "조지아에서 단속한 방식이 용납될 수는 없지만, B-1 비자나 ESTA 소지자라 해도 규정 자체가 모호해 단속된 근로자가 설명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ICE 요원들조차 혼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정확히 어느 부분이 설비 설치이고, 어느 부분이 건설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서 "이 시스템은 양측 모두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택지가 반드시 (이민법) 집행과 비집행 두 가지일 필요는 없다"면서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면, 미리 서한을 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 문제가 "이민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의 문제"라면서 "(미국은) 정치와 정책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노동력을 받아들이지 말자는 비전과 제조업에 투자를 늘려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비전이 충돌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충되는 구조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미국 정부가 최소한 "한국, 일본, 독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에 한해서는 이민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도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미 관계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2003년 (효순 미선) 사건과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면서 "당시 사건은 사고였지만, 이번엔 의도적인 기습 작전이어서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