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권자 ID법 없이 외국인 도·감청법 서명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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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권자 ID법 없이 외국인 도·감청법 서명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권자 ID법안'(SAVE America Act)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외국인 도·감청법으로 알려진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그것(유권자 ID법안)이 완료되지 않는 한 FISA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야당인 민주당이 기존 투표제도를 악용해 부정선거를 저질러왔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오는 11월 유권자 ID 법안을 미국 중간선거 필승을 위한 회심의 카드로 여기고 의회의 공화당 지도부에 통과를 압박해왔다.

유권자 ID 법안은 투표 때 유권자 신분증과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군 복무, 질병, 장애, 여행 등 예외 사유를 제외하고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성 스포츠 경기에서 성전환자의 출전을 금지하고 청소년 성전환 수술을 막는 조항도 담겼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최근 해당 법안을 예산조정 패키지에 포함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예산조정 절차를 활용하면 필리버스터를 피하고 과반 찬성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맥도너 상원 의사규칙관은 이 같은 시도가 상원 절차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맥도너를 공개 비판하며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에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그는 유권자 ID 법안이 함께 처리되지 않으면 FISA 연장안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FISA 702조는 미국 정보당국이 법원 영장 없이 해외에 있는 외국인의 이메일과 통화 기록 등을 수집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통신회사를 통해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권한도 포함돼 있다. 이를 단기 연장하는 법안은 지난 11일 연방 하원에서 부결됐다. 당시 민주당이 반대표를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정보국(DNI) 국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상원과 충돌했다. 그는 오는 19일 물러나는 털시 개버드 DNI 국장의 후임으로 제이 클레이턴 뉴욕 연방남부지검 검사장을 지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상원 정보위원회의 클레이턴 후보자 인준 청문회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클레이턴 후임으로 지명한 제이미 맥도널드 뉴욕 연방남부지검 검사장 후보자의 인준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DNI 국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 윌리엄 펄티 연방주택금융청장을 국장 대행으로 두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펄티 청장은 정보·안보 분야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톰 코튼 상원 정보위원장은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대통령이 후보자에게 출석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지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청문회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튼 위원장은 약 2시간 뒤 입장을 바꿨다. 그는 "대통령이 클레이턴에게 청문회에 출석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유감"이라며 "오늘 청문회는 아쉽게 연기됐지만 조만간 인준 절차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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