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3개월째인 19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잘하고 있다’는 여론은 43%에 그쳤다.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에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관세, 이민 정책 등의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시위
미국 독립전쟁 발발 250주년인 이날 워싱턴DC,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각 주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총 1200건 이상 시위가 이어졌다고 CBS는 전했다. ‘핸즈 오프’(Hands Off·손 떼)가 적힌 피켓을 든 인파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참여한 반트럼프 시위에 이어 2주 만에 다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이다.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시위에 참여한 메인주 출신 토머스 배스퍼드는 CBS에 “지금 미국의 자유가 매우 위험한 시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선 1000명 이상이 ‘왕은 없다’(No Kings)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뉴욕시 맨해튼 뉴욕 공공도서관 계단 앞에선 이민자 추방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날 전국 시위는 소셜미디어 레딧에서 시작된 풀뿌리 저항 캠페인 ‘50501’ 운동이 주도했다. 50501은 ‘미국 50개 주에서 50개 시위를 같은 날’에 열자는 의미다.
◇‘경제 못한다’가 더 많아
시위대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전방위 관세 등 경제 정책도 그중 하나다. CNBC가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3%, ‘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55%였다. CNBC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재임 중 경제 분야에서 순지지율이 (반대가 찬성보다 많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작위 불법 이민자 단속이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것도 시위대가 비판하는 지점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후안 카를로스 로페스고메스는 최근 플로리다주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기소된 뒤 이민관세단속국 조치로 구금됐다가 48시간이 지난 뒤에야 풀려났다. 그는 과속 단속에 걸렸는데 영어에 서툰 그를 보고 경찰이 불법 체류자라고 판단했다.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도 이날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적성국 국민법’에 따라 베네수엘라 국적자 약 300명을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으로 규정해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이 법에 따라 구금된 베네수엘라인의 추방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전직 대통령 비판도 이어져
전직 미국 대통령들도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30년 된 이날 현지 교회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나라가 더 양극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더 사익을 얻기 위해 진실을 왜곡해도 상관없는 상태”라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하버드대 등 대학 자율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제 시도를 ‘불법적 억압’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도 15일 시카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100일도 안 되는 기간에 엄청난 피해와 파괴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현재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 중 조지 W 부시를 제외하고 민주당 소속 대통령 세 명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가에선 전직 대통령이 후임자를 공개 비판하는 일이 드문데, 세 명이 동시에 비판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