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민간 기업과 좌담회
관영통신 통해 대대적 홍보
알리바바·딥시크·BYD 등
대표 AI 기업 수장 불러모아
사업 독려하며 '中때리기' 대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알리바바·BYD·화웨이 등 중국 빅테크 수장들과 심포지엄(좌담회)을 진행했다. 시 주석이 직접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는 일은 이례적이다. 중국의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미·중 패권경쟁과 무역분쟁까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민간기업의 역할을 당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전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민간기업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업인들의 발언을 들은 뒤 중요한 연설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연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고 미국과 빚는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 국내외 투자 확대 등을 독려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시 주석은 기술 자립을 통한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해왔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반도체·전기차·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기술 확보에 집중해왔다.
중국중앙TV(CCTV)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번 심포지엄에는 시 주석 외에 리창 국무원 총리와 딩쉐샹 부총리,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등이 참석했다. 민간기업에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전 회장과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이자 전기차 업체인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회장,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 BYD의 왕촨푸 회장,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 CATL의 쩡위친 회장, 렁유빈 중국전국공산업연합회 부회장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주링허우(1990년대생)'로 최근 '가성비 AI 모델'을 공개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 회장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면서 급부상한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도 자리했다.
이번 좌담회와 관련해 베이징에 본사를 둔 정책연구센터인 트리비움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친기업적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면 경제를 더 나은 궤도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중국기업연구소의 탕다제 수석연구원은 "이번 좌담회는 과학기술 혁신을 강화하고 민간기업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날 시 주석이 마 전 회장을 만난 점을 두고 중국공산당이 민간기업에 대한 지지를 강화한다는 신호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시 주석이 행사장에 입장하자 기립 박수로 맞이한 뒤 각각 발언을 이어갔고 시 주석이 말할 때는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이 민간기업과 좌담회를 여는 것은 2018년 11월 이후 6년여 만이다.
한편 중국 지방정부들은 최근 앞다퉈 토종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톈진시 허베이구는 최근 딥시크 AI 모델을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의 룽강구가 딥시크 AI 모델을 도입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