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란 듯… 덴마크 왕실, 그린란드 부각 ‘문장’ 공개

22 hours ago 2

트럼프, 그린란드 매입 불지피자
덴마크, 자치령 상징 더 크게 그려
트럼프 장남, 그린란드 방문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불붙인 ‘그린란드 매입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취임한 뒤에도 그린란드 매입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린란드를 통치 중인 덴마크는 6일 돌연 그린란드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왕실 문장(紋章)을 공개했다. 덴마크 왕실까지 나서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대응하는 상황이 조성된 것. 향후 그린란드를 둘러싼 트럼프 당선인 측과 덴마크 간 신경전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덴마크 왕실이 1일 공개한 새 문장(오른쪽).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의 크기를 기존보다 대폭 키웠다. 사진 출처 덴마크 왕실 홈페이지

덴마크 왕실이 1일 공개한 새 문장(오른쪽).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의 크기를 기존보다 대폭 키웠다. 사진 출처 덴마크 왕실 홈페이지
덴마크 왕실은 6일 홈페이지에 “지난해 12월 20일 새 왕실 문장을 제정하고 이에 상응해 새 왕실 깃발을 도입했다”며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페로제도를 강조한 새 왕실 문장을 공개했다. 기존 문장에 있던 세 개의 왕관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작게 그려졌던 북극곰이 크게 표현됐다. 기존 작은 북극곰 옆에 더 작게 묘사됐던 숫양은 자리를 옮겨 더 크게 나타났다. 또 북극곰과 숫양 모두 색상이 추가돼 더 강렬해졌다. 왕실은 “직립 북극곰은 1960년대에 그린란드의 상징이 됐고, 숫양은 페로제도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기존 문장에 있던 세 개의 왕관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3국 연합체인 ‘칼마르 동맹’을 상징한다. 왕실은 이 동맹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이를 지웠다고 밝혔다. 또 이번 변경은 “작년 1월 국왕 프레데리크 10세 즉위 후 임명된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날 “덴마크 왕실이 트럼프가 구매하길 원하는 그린란드와 인근 페로제도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그린란드는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한 북극 요충지다. 최근 기후변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그린란드를 지나는 북극 항로 개척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리튬 등 전기차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상당량 매장돼 있고, 안보 전략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2일 켄 하워리 페이팔 공동창업자를 주덴마크 미국대사로 지명하며 “국가 안보와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 및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그린란드 매입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이며 고위직 인선 등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7일 팟캐스트용 비디오 콘텐츠 촬영을 위해 그린란드를 하루 동안 방문한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6일 보도했다. 현지 당국자나 정치인은 만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감한 시기에 그린란드를 찾아 이목이 집중됐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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