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원마저 무시 … 베네수엘라 갱단 美서 추방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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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추방 멈춰라" 명령에도
238명 엘살바도르로 내쫓아
227년 묵은 법 꺼내든 트럼프
2차대전 이후 첫 전시법 적용
트럼프 2기 연일 사법부 압박
행정명령 제동걸면 탄핵 위협
'반대 소송' 로펌 사업도 제한

엘살바도르로 쫓겨난 베네수엘라 갱단16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경찰이 미국 정부가 추방해 자국 내 테콜루카 테러감금센터(CECOT)에 수감된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 소속 조직원들을 호송하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 238명을 자국으로 보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엘살바도르로 쫓겨난 베네수엘라 갱단16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경찰이 미국 정부가 추방해 자국 내 테콜루카 테러감금센터(CECOT)에 수감된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 소속 조직원들을 호송하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 238명을 자국으로 보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적성국 국민법(AEA·Alien Enemies Act)'을 적용한 외국인의 추방을 중단하라는 법원 명령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인 238명에 대한 추방을 강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법원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법원 간 갈등은 고조되는 모양새다.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토안보부가 불법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트렌 데 아라과(TdA)' 갱단원 300여 명을 체포했다며 "국무부의 노력으로 이들을 더 이상 미국 국민에게 위협을 가할 수 없는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AEA를 적용한 추방작전에 관해 집행정지를 명령하며 "이들을 태운 비행기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라"고 주문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아랑곳하지 않고 추방을 강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TdA 갱단원 추방명령을 내렸고 법원은 같은 날 집행정지를 명령했는데, 폴리티코에 따르면 명령을 내릴 당시 추방 대상 갱단원을 태운 비행기는 이미 엘살바도르 인근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한밤중에 대규모 병력이 지키고 선 가운데 TdA 갱단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끌려가는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범죄조직 TdA 갱단원 238명이 엘살바도르에 도착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판사가 명령하기 이전에 베네수엘라인 일부가 이미 미국에서 추방됐다고 밝혔지만 더 자세한 설명이나 논평은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TdA 갱단원 추방명령에 적용한 AEA는 1798년 제정된 법으로 실제 발동된 사례는 1812년 미영 전쟁과 1·2차 세계대전 당시에 불과하다. 이에 법원은 "AEA는 국가 단위 침략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의미한다"면서 추방작전에 대해 14일간 집행정지를 명령한 바 있다.

사진설명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부켈레 대통령이 이끄는 엘살바도르 정부에 600만달러(약 87억원)를 지불하고 중남미에서 활동하는 국제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 300여 명을 1년간 수감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집행이 소송에서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미 정부는 사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재판이 법원에서 100건 이상 진행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행정부 구성원은 물론 의회 의원들도 법원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판사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 등을 통해 시행하는 정책에 대한 가처분 결정과 관련해 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이 판사들에게 거듭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같은 공격은 민주당 대통령 당시 임명한 판사와 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를 구분하지 않고 행정명령을 조기에 중단시키는 여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앤디 오글스 연방 하원의원(공화·테네시)은 최근 존 베이츠 워싱턴DC 연방판사에 대한 탄핵 소장을 제출했다. 베이츠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젠더 이데올로기'와 관련한 내용을 지우기 위해 정부 보건 웹사이트에서 수정하거나 삭제했던 데이터를 복원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베이츠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판사로 지명된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으로도 거론됐던 마이크 리 연방 상원의원(공화·유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성향에 가까운 로펌 '퍼킨스 코이'에 대해 내린 제재를 차단한 베릴 하월 판사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공격 좌표'를 찍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SNS에 "미국에서 국민에 의한 통치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판사 탄핵"이라면서 판사를 공격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사법 행정기구인 사법회의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프리 서턴 판사는 "양극화인지 인터넷인지 원인은 모르지만 지난 10여 년간 판사들을 위협하는 빈도나 유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리처드 설리번 뉴욕 연방 항소법원 판사도 탄핵 위협이 도를 넘었다며 "우리는 항소를 허용하는 사법제도가 있다. 탄핵으로 그 과정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최대 로펌 중 하나인 '폴 와이스'를 겨냥해 이 로펌 직원들에 대해 정부보안 허가를 취소하고 연방정부 건물 접근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행정명령에는 이 로펌을 비롯해 이 로펌과 거래한 기업·정부의 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폴 와이스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 남부 국경에서 불법이민자 가족이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료 법률 지원을 제공한 로펌 중 한 곳이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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