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로펌 손보기' 제동 건 법원…"표현 자유 훼손, 개인적 보복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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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법률회사(로펌)를 상대로 연방정부 청사 출입을 못 하게 하거나 연방정부와의 계약 취소를 추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로펌업계를 상대로 군기 잡기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집행이 중단됐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베릴 하웰 판사는 지난 2일 로펌 퍼킨스코이가 요청한 행정명령 중단을 받아들이고, 그 집행을 영구히 차단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102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하웰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변호사들이 ‘당의 노선’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받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를 대리한 퍼킨스코이와 자신의 러시아 유착 스캔들을 조사한 특검팀 소속 검사를 고용한 윌머헤일 등 여러 로펌을 대상으로 한 행정명령에 잇달아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에는 연방정부와 이 로펌 간 계약을 재검토해 종료할 방법을 강구하고, 로펌 소속 변호사들의 보안허가를 취소하며, 공무원들과 만날 수 없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웰 판사는 이 행정명령이 표현의 자유 등에 관한 수정헌법 1조와 법 앞의 평등을 명시한 수정헌법 5조 등을 위배했다고 판시했다. 그는 이 명령이 퍼킨스코이와 그 직원들을 낙인찍고 처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불만과 보복의 수단이 됐다면서 사법 시스템 원칙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퍼킨스코이 소송전에는 500개 로펌이 4일 실명으로 ‘우리도 이 판결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고려해 달라’는 내용의 연판장을 제출했다. 이 판결은 제너앤드블록, 윌머커틀러, 서스먼고드프리 등 다른 로펌이 제기한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명령 효력이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로펌업계 전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상당 부분 굴복한 상태다. 스캐든압스, 커클랜드앤드엘리스, 폴 와이스 등 최소 9곳에 달하는 대형 로펌은 대부분 트럼프 정부에 상당한 규모의 공익 법률지원(프로보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다양성 정책 중단, 각종 계약에 대한 일방적 해지, 연방공무원 대량 해고 등으로 연방정부 대상 줄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 로펌들이 ‘정부의 편에 서겠다’고 서약함으로써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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