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왜 교황 옷을 입고 광선검을 들었을까[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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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AI로 생성된 이미지를 연달아 공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장 최근 공개된 것은 5월 4일 ‘스타워즈 데이’를 맞아 백악관 공식 엑스 계정에 올라왔다. 광선검을 든 제다이 복장을 한 근육질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기와 흰머리 독수리를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이었다. 해당 게시물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스타워즈 데이를 맞아 모두 행복한 하루가 되길! 심지어 시스 로드, 살인자들, 마약 카르텔, 죄수들, MS-13 갱단을 다시 우리 은하계로 끌어들이려 애쓰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에게도 말이다. 너희는 반란군이 아니야—너희는 제국(Empire)이다.
May the 4th be with you.”

기자는 눈을 비비고 다시 계정을 확인했다. 패러디 계정이 아니었다. 백악관 공식 소셜미디어가 맞았다. 백악관에서 이런 밈 이미지와 자극적인 글을 올렸다는 게 충격이었다. 한국에서 대통령실이 SNS에 번개맨 분장을 한 대통령 이미지를 올렸다고 생각해 보자. 인터넷 커뮤니티가 불탔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트럼프 대통령은 반란군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제국을 상징하는 붉은 광선검을 들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실수였을까, 아니면 노림수였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붉은색 넥타이를 즐겨 맨다. 붉은색은 힘과 에너지를 상징한다. 붉은 광선검 역시 그 연장선인 의미일 수 있다. 혹은 자신도 ‘악’이지만, 더 큰 악을 처단하는 ‘슈퍼 악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담당자가 스타워즈 세계관을 잘 몰랐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AI 이미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 프란치스코 장례식 참석한 후에 자신을 교황으로 묘사한 AI 이미지를 엑스에 게시한 바 있다. 이 이미지에서 그는 흰색 교황 복장과 관을 쓰고, 손가락을 들어 올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뉴욕주 가톨릭 협의회는 “우리는 사랑하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막 묻었고, 추기경들은 새로운 후계자를 선출하기 위한 엄숙한 콘클라베에 들어가려 한다. 우리를 조롱하지 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차례 논란이 있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AI로 생성된 이미지를 연이어 공개하고 있다. 기자는 이것이 새로운 프로파간다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를 이용해 교황 복장과 제다이 이미지를 차용했다. 전자는 종교의 권위, 후자는 영웅의 권위를 상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이미지를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그 권위를 자기 얼굴에 덧씌우는 정치 전략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논란은 잊힐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 속에 깃든 힘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며들 것이다. AI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쥐어진 새로운 정치 무기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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