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을 이번 주 발표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가전 제품에 대해 중단하기로 한 관세도 반도체 관세 조치에 포함돼 한두 달 안에 다시 부과하기로 했다. ·
14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날 오후 늦게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을 금주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문별 관세 부과 범위에 대해서는 기업들과 논의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기업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경직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같은 날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면제 품목들은 다른 관세 버킷으로 옮겨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국가 안보 관세 조사에서 반도체와 전체 전자 제품 공급망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장관도 같은 날 “한두 달 안에 스마트폰, 컴퓨터, 기타 전자 제품에 대한 특정 유형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반도체와 의약품을 겨냥한 부문별 관세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범위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및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과 동일한 25% 전후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협상으로 바뀔 수 있는 국가별 관세보다도 더 강한 효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산업에 대한 관세는 통상법 232조에 따른 관세로 법적 근거가 취약한 국가별 관세보다 더 영구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관세 부과 개시전 270일내에 보고서 제출도 의무화하고 있다.
국가별 관세 가운데 트럼프가 펜타닐 단속 명목으로 중국에 부과한 20% 관세가 232조에 근거한 것이다.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중국에는 20% 세율이 여전히 기본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중국의 핵심 기술 제품에 대해 향후 2개월 내에 반도체와 함께 별도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은 ABC의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기타 전자 제품이 상호 관세에서는 면제되지만, 한두 달 안에 적용될 반도체 관세에는 해당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금요일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25%로 인상했다. 한편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제품에 대한 관세 제외 조치의 영향은 평가중이라고 밝혔다.
하루 건너 달라지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지지했지만 관세를 비판해 온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은 트럼프가 다른 국가에 대한 조치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고율의 상호 관세도 3개월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애크먼은 일요일 자신의 X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중단한다면, 미국 기업들이 혼란이나 위험 없이 중국에서 공급망을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스맨 트레이더의 창립자이자 수석 시장 전략가인 스벤 헨리히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문제 처리 방식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헨리히는 X에 "올해 시장의 최대 상승은 러트닉이 해고되는 날에 올 것”이라고 썼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메시지가 매일 바뀌고 통제도 안되고 있다면서 “미국 기업들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데 계획을 세울 수도,투자를 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의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NBC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지금 결정의 기로에 서 있으며 경기 침체 직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로 미국이 경기 침체 혹은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올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ABC의 '디스 위크' 인터뷰에서 "관세 정책은 없고 혼란과 부패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계획이 미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1일 늦은 시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수입세에서 제외되는 관세 코드 목록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컴퓨터, 노트북, 디스크 드라이브, 반도체 장치, 메모리 칩, 평판 디스플레이 등 20개 제품 범주가 포함됐다.
NBC의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백악관 무역 고문 피터 나바로는 트럼프 정부가 현재 영국, 유럽연합, 인도,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등 7개 국과 협상중이며 중국은 포함돼있지 않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세 문제로 대화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관세 부과로 대응해 무역 마찰을 조장한다고 비난했으나 다른 나라와의 협상은 기대했다. 그는 “제 목표는 90일 이내에 의미 있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몇 주안에 여러 국가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