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미국·북한 정상 간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 대통령 선거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재회 의지를 피력해 온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미·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타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 측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 간 직접 대화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팀은 이런 새로운 외교 노력을 통해 북한과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은 2018~2019년 싱가포르와 베트남, 판문점에서 세 차례 만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미·북 정상외교에 깊이 관여한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부 대표를 차기 백악관의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으로 최근 발탁해 미·북 대화에 의지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던 와중에 이번 보도는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미·북 대화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그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김정은)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관계 복원을 자신했다.
하지만 미·북 대화 성사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아직 트럼프 당선인 측은 뚜렷한 정책 목표나 구체적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로이터 소식통은 외교 정책 우선순위 측면에서 이 사안이 중동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 밀릴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다시 트럼프와 대화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지난 21일 평양 무장장비전시회 개막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대미 협상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은 미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적대적 대북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냉전 이후 최저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이 ‘동맹국’인 러시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나서는 결단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만약 미·북 정상외교가 다시 추진되면 한반도 정세가 출렁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국인 한국의 안보 이해를 경시하는 결과로 연결되면 북한 비핵화는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