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 여파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PC, 노트북, 스마트폰 등 글로벌 전자기기(IT) 기업들이 제품 출하량을 일시적으로 크게 늘리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엔 과도한 재고 축적, 제품 가격인상 등 영향으로 수요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외신 및 시장조사기관 IDC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에 인공지능(AI) PC 신제품 등장에도 불구하고 2023년 동기 대비 1% 성장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다.
스마트폰 출하량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 조사결과 올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1~1.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애플은 역대 1분기 사상 역대 최고 출하량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현상은 트럼프 정부가 PC,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공급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출하량을 크게 늘린 영향이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공급업체들의 주요 생산기지인 베트남, 태국 등에 46%, 36% 등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특히 애플 아이폰의 핵심 생산기지인 중국엔 145% 관세가 부과됐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PC,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했지만,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IDC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관세율을 발표하기 전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일부 기업들이 PC 등 전자제품을 조금 더 일찍 구매하고 공급업체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업계선 관세전쟁으로 인한 사재기 현상이 중장기적으로 전자 제품 수요 위축을 불러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 시나리오에 기반해 비상 대응에 나서면서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PC 등 전자제품 교체 등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도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업체들이 관세 비용을 제품 단가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서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에 대응해 대만의 에이수스, 에이서는 이미 제품 가격을 소폭 인상했다. 시장조사기관 오픈브랜드 관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 헤드폰, 컴퓨터, 블루투스 스피커 등 소비자 가전제품의 가격이 내년에 10~15%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