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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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은 국제조세 흐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겁니다.”

로버트 다논 국제조세협회(IFA 글로벌) 상설학술위원회(PSC) 의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논 의장과 크리스티안 케저 재무총장으로 구성된 IFA 임원진은 지난 11일 ‘필라 2와 그 영향’을 주제로 한 순회 강연을 위해 7년 만에 서울을 찾았다. 필라 2는 전 세계 어디서든 15% 미만의 세금을 냈다면 모회사 소재국에서 그 차액을 과세하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골자로 한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작년부터 적용 중이다.

김석환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왼쪽부터), 크리스티안 케저 IFA 글로벌 재무총장, 로버트 다논 IFA 상설학술위원회 의장이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김석환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왼쪽부터), 크리스티안 케저 IFA 글로벌 재무총장, 로버트 다논 IFA 상설학술위원회 의장이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이 국제조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다논 의장은 “세계 각국이 협력해 세법을 이해하자는 것이 필라 체계의 핵심”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이고 보호무역 정책으로 회귀하는 이상,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다자 규범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필라 2는 미국에서 도입이 더딘 상태다.

케저 총장은 미국의 보복관세 정책이 국제조세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타국의 기업을 유치하는 동시에 견제하려는 양면성을 띤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현재 대부분의 조세조약 하에서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이 0%이지만 향후 보복 조세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35%, 심지어 6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논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올린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세 부담을 안게 되는데, 결국 조세와 통상정책 간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독일 지멘스의 국제조세 대표이기도 한 케저 총장은 “기업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봤다. 가령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독일 기업은 필라 2를 적용받지만, 정작 미국은 필라 2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케저 총장은 “이는 사실상 역외 과세”라며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독일 기업과 미국 기업 간 경쟁 왜곡이 일어나는 셈”이라고 했다.

국제조세 정책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큼, 당국이나 기업이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다논 의장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느냐보다도 얼마나 예측이 가능한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며 “조세 정책이 확실성과 일관성을 모두 갖췄을 때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김석환 한국국제조세협회(IFA 코리아) 이사장은 “미국의 태도에 따라 어렵게 마련한 국제 공통 규범인 필라 2가 힘을 잃고 국가 간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제·세정 당국도 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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