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격 2주내 결정"…이란, 美·유럽과 투트랙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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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2주간의 협상 시한을 제시했다. 이란이 스스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항복’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란은 항전 태세를 보이면서도 동시에 미국, 영국·프랑스·독일과 ‘투트랙 협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대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 이스라엘, 이란 원자로 폭격…IAEA “방사능 오염 없어” > 이스라엘군의 19일(현지시간) 폭격으로 파괴된 이란의 아라크 원자로(빨간색 동그라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원자로가 가동되지 않던 시설이며, 핵물질이 들어 있지 않아 피폭으로 인한 방사능오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 이스라엘, 이란 원자로 폭격…IAEA “방사능 오염 없어” > 이스라엘군의 19일(현지시간) 폭격으로 파괴된 이란의 아라크 원자로(빨간색 동그라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원자로가 가동되지 않던 시설이며, 핵물질이 들어 있지 않아 피폭으로 인한 방사능오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 “협상 가능성 상당”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나는 앞으로 2주 안에 공격에 나설지, 나서지 않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레빗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결정까지 2주일을 둔 이유에 대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사실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의 전쟁 인프라와 군 지도부가 상당부분 무력화된 지금이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군부가 마련한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했지만 최종 명령은 보류한 상태다. 이란과의 전쟁에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과거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 때처럼 미국이 중동에서 장기전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하 깊숙이 숨어 있는 이란 포르도의 핵시설을 벙커버스터로 완전 제거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머뭇거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미국의 중동분쟁 개입에 반발하는 것도 부담이다. 반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일부 강경파들은 벙커버스터 투하를 결단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있다.

◇ “외교적 해결기회 열려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2주 시한’ 제시에 이란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영국·프랑스·독일과 핵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협상은 미국의 조율 하에 진행되며 3개국 외무장관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군사용이 아니라 민간 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을 받는 것을 협상 목표로 삼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만난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이날 SNS에 “앞으로 2주 동안은 외교적인 해결책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간 비공개 대화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공습 시작 이후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외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락치 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면 보복도 멈추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접고, 포르도 핵시설도 스스로 못쓰게 만들길 원하고 있다. 미 행정부 소식통은 CBS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업을 끝내는 것은 포르도를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밝혔다.

문제는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 17일 “전투가 시작됐다. (이스라엘에)자비는 없다”며 항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협상이 틀어질 경우 이란은 미국과의 장기전도 불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공격이냐, 협상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휴전을 종용하며 2주간의 시한을 줬다. 하지만 러시아가 응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란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전략은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받거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암살당할 경우 핵무기 제조를 결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란, ‘악마의 무기’ 집속탄 사용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은 연일 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이란 이라크 중수로 핵시설, 나탄즈 핵시설과 함께 러시아와 공동으로 건설한 부셰르 원전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부셰르 원전 언급은 실수였다고 정정했지만, 실제 공격이 진행됐는지에 대해선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집중적인 미사일 시설 타격에 궁지에 몰린 이란은 집속탄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이스라엘 중부 지역에 떨어진 이란의 탄도미사일 가운데 최소 1발은 집속탄 미사일인 것으로 확인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탄두 안에 수십∼수백개의 새끼 폭탄이 들어있다가 폭발과 동시에 자탄이 사방으로 확산하는 무기다.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살상력 때문에 ‘악마의 무기’로 분류된다.

이번 분쟁으로 인한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란 공격에 의한 이스라엘 내 사망자는 최소 24명이다. 미국 워싱턴의 이란 인권단체는 이란에서 민간인 263명을 포함해 최소 639명이 사망하고, 13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추정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주완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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