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2주 안에 결정”
NYT “트럼프 군사적 선택지 넓혀
충돌 대비해 준비 시간 번것” 분석
공화당선 중동전 참여 반대가 많아
교전 격화시 시한 앞당길 가능성도
당장 이란을 공격할 태세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의 문’을 열었다.
이란에 주어진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외교 정책에서 자주 발언한 ‘2주’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 재개의 ‘상당한 가능성’을 고려해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에 미군이 직접 개입할지를 2주 안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을 대신 낭독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란과의 협상이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항공모함을 비롯한 미군 자산을 중동에 집중하면서도 이란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나눴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중동 지역에 평화와 안정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외교를 추구하지만, 필요시 무력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 결정을 공개적으로 지연시켜 외교적인 해결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위트코프 특사가 제안한 협상안이 미사일 및 발사대, 핵시설, 군 수뇌부에 큰 피해를 본 지금의 이란에 매력적으로 보일지 시험해볼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이란 포르도 핵시설에 접근할 방법을 찾는 시간을 만들어줄 수도 있고, 미군에 대한 보복 가능성 등 개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의식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선택지를 넓히며, 충돌에 대비해 준비 시간을 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예비역 대장은 CNN에 “이란에 경계심을 늦추게 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3분의 2로 본다”고 관측했다.
중동 전쟁 참여는 해외 군사 개입 자제를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배치된다. 그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2주 간 공격 여부 결정을 미루기로 한 날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에서 목격됐다고 NBC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프로그램 파괴를 위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지하면서도 이라크 전쟁 때처럼 미군이 장기간 말려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견해 등을 감안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 가담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핵심 핵시설이 깊은 지하에 있어 미군이 보유한 벙커버스터 폭탄을 사용하더라도 완전히 제거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다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교전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2주 이내에 전황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개입을 조기에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나 외교 정책에 있어 ‘2주’라는 시한을 자주 사용하면서도, 그 기한을 넘기거나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2주 안에’라는 표현은 결정이 임박했다는 의미의 상투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 물리적 시간과는 무관한 단순히 ‘나중에’라는 의미인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대변인이 2주를 언급하는 대통령 성명을 읽을 때 브리핑룸에 있던 취재진들은 매우 익숙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직접 공격을 고민하는 동안 카타르 내 미군 기지 항공기 수십 대가 이동 조치됐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AFP통신은 미국 상업 위성 업체 플래닛랩스 PBC의 위성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일에는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의 활주로에 C-130 허큘리스 수송기와 정찰기를 포함해 약 40대의 군용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19일 발행된 위성 사진에는 군용기 3대만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마크 슈워츠 랜드연구소 국방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미국 병력에 가해지는 위험을 줄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 공격에 나설 때 대비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사정거리 내에 배치해 뒀다.
미국의 군사 지원이 불투명하게 흘러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공영방송 칸과의 인터뷰에서 단독으로 이란 핵시설 등 전체 표적 공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이스라엘과 이란 간 공방전은 이어졌다. 이스라엘군의 이란 핵시설 타격에 이란은 집속탄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로 대응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탄두 안에 수십에서 수백 개 자탄이 들어있다가 폭발과 동시에 자탄이 사방으로 확산하는 무기다. 이스라엘군은 20일 이란 테헤란에 있는 핵무기 연구소와 미사일 생산시설을 공습했다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