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TMTG)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매입을 위해 최대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대통령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이 직접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이해충돌 우려가 거세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TMTG가 20억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과 10억달러 상당의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금은 비트코인 등 주요 디지털 자산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TMTG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의 모회사로, 23일 기준 시가총액은 약 60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자금조달 방식은 과거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비트코인 투자회사로 변신한 스트래티지(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접근법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계획은 이번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암호화폐 관련 대형 행사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 자리에는 JD 밴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화폐 차르 데이비드 색스 등이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다. TMTG는 암호화폐 직접 매입 외에도,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준비 중이다.
트럼프 일가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암호화폐 산업에 손을 뻗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도널드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주도해 암호화폐 플랫폼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을 설립,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밈코인 등을 판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밈코인($TRUMP)을 다량 보유한 투자자들을 워싱턴 외곽 리조트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번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대통령 일가가 정부의 암호화폐 친화 정책에 힘입어 직접적인 수혜를 입게 되는 구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TMTG 지분 53%를 도널드 주니어가 관리하는 신탁으로 이전한 바 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