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과 무역관계 완전 리셋"…시장선 "中 양보 없어 美 완패"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상호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하면서 이번 협상의 승자가 누구인지, 90일간 협상 쟁점은 뭔지, 협상이 실패했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미중 서로 승리 주장

파이낸셜타임스(FT)은 12일 “미·중 간 관세 전쟁에서 ‘누가 먼저 물러섰는지’가 향후 협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양측 모두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관세전쟁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중국과 (무역) 관계의 완전한 재설정(total reset)을 이뤘다”며 승리를 주장했다. 트럼프는“가장 큰 성과는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것”이라며 “중국은 모든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고 없앨 것이고,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의 유명 논객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이번 합의는 중국의 큰 승리“라며 ”중국은 유일하게 미국과 협상에서 ‘평등 원칙’을 지켜낸 나라”라고 주장했다.

다만 주요 외신들은 두 국가가 모두 관세전쟁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사실상 미국이 먼저 물러선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트럼프는 145% 관세를 부과한 지 한 달여 만에 115%포인트를 인하키로 하면서도, 중국으로부터 관세율 이외에 구체적인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최근 한달 간 미국의 주식·채권·통화가 동반 하락하며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진 게 협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중국 역시 소비 부진과 청년·저소득층 실업 문제가 심화돼 관세전쟁이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공산주의 국가 특성상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친 트럼프 성향의 뉴욕포스트도 ”이번 협상은 승리가 아니라 경제적 출혈을 막기 위한 지혈대“라고 평가했다.

◇ “中, 美상품 구매협정 체결도 가능”

향후 90일 유예기간 중 미·중 양국이 어떤 협상이 진행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관세 인하 합의를 반영해도 중국에 대한 실효 관세는 39%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협상에 참여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를 금수 수준은 아니면서도 미국이 무역 적자 감축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으로 할지에 (중국과의) 협상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후속 협의 과정에서도 미국은 자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후속 협의 과정에서 미국은 트럼프 1기 때 합의했던 것과 비슷하게 ‘중국이 미국 상품을 대규모로 구매키로 약속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의 펜타닐 원료 수출, 희토류 및 자석 등 핵심 광물 수출 제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3개월 (유예 기간)은 미중 간에 남아 있는 다양한 논쟁적인 무역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극도로 짧은 시간“이라며 ”현안에는 중국의 제조 역량 과잉과 중국 기업들에 주는 과도한 보조금, 중국 기업들의 환적(관세 우회) 시도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90일 유예기간 후에도 관세 축소와 관련한 추가 합의가 없다면, 후속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90일 이후 중국이 중국산 상품에 54% 관세 부과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껴 미국이 추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오 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향후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며 ”특히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를 앞두고 경제적,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