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이 주식시장 안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맞물려 무역전쟁 격화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시장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23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우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이날 국무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장기 자금 시장 유입 촉진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국영 보험사의 신규 보험료 일부를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펀드의 주식 투자 규모를 3년간 30% 이상 늘리는 게 핵심이다. 이같은 조치를 통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신규 자금을 늘려 증시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발표된 방안을 보면 중국 금융당국은 대형 국영 보험사들이 올해부터 매년 새로 추가되는 보험료의 30%를 A주(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내국인용 본토 주식)에 투자하도록 했다. 국영 보험사의 신규 보험료를 주식에 투자하는 시범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증시에 유입되는 보험사 자금 규모가 1000억위안(약 19조7000억원) 이상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우 주석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중국 금융당국은 앞으로 3년간 공모펀드의 A주 투자 규모를 매년 최소 10% 늘리도록 했다. 여기에 펀드 판매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해 투자자들이 매년 450억위안을 절감하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22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재정부,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중국 인민은행 등 6개 금융 규제당국은 보험사와 상업보험 자금, 연금보험 기금, 기업연금기금, 공모펀드에 대해 더 많은 장기자금을 증시에 투입하라고 하달했다.
중국경제망은 "증시 안정과 중장기 자금의 증시 진입 장벽을 뚫기 위한 목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중국이 직면한 커다란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대책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중국 증시는 오랜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둔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인상 위협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띠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둔 연초엔 2016년 이후 최대 폭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올 들어 첫 7거래일 동안 5% 이상 하락해 9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나타냈다.
이날 발표에 투자자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상하이·선전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증시 안정화 대책을 공개한 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의미"라며 "관세 위협이 중국 주식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행동하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