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로 확대 지정하면서 한 주 새 집값이 타격을 받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송파구 집값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강남 전반적인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집값은 0.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주(0.25%) 상승 폭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으로 축소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지정되면서다. 서울시는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는데, 이후 집값이 가파르게 뛰었다.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집값이 오르자 서울시는 지난 19일 강남 3구와 용산구에 있는 모든 아파트를 사고팔 때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약 40만가구가 토지거래허가제도의 영향을 받게된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송파구 집값은 이번 주 0.03% 하락했다. 전주 0.79% 급등하면서 주간 단위로 1% 가까이 올랐던 집값이 한 주 새 하락 전환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0억50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30억원대를 넘어섰다. 이 단지 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33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소식이 발표되고 실제 지난 24일에 시행되면서 5일간의 공백이 발생, 해당 기간 시세보다 2억~3억원을 낮춘 가격에 거래가 상당수 이뤄졌다는 게 현장 전언이다. 다만 이런 거래들은 아직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엔 신고되지 않았다.
송파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작되기 전 주말인 22~23일 이번 기회에 집을 정리하려고 했던 집주인들이 집을 얼른 팔아달라며 가격을 낮춰서 거래를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남구와 서초구 집값 상승 폭도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강남구는 이번주 0.36% 뛰었는데 전주(0.83%)보다 0.5%포인트가량, 서초구는 같은 기간 0.69%에서 0.28%로 0.4%포인트가량 감소했다. 마찬가지 규제 지역이 된 용산구도 0.18% 올라 전주(0.34%)보다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반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차급지로 꼽히는 지역들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상급지가 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수요가 옮겨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서다. 성동구는 0.35% 뛰어 전주(0.37%)와 비슷한 수준의 상승 폭을 유지했다. 마포구도 0.21% 올라 전주(0.29%) 대비 유의미한 수준의 하락은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등 일부 선호단지는 지속적인 수요 집중으로 상승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며 "다만 국지적인 급매 수요와 관망 심리 확대로 서울 집값은 전반적으로 상승 폭이 쪼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셋값은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송파구는 0.2% 올랐다. 신천동과 잠실동 재건축 단지에서 가격이 오르면서다. 강동구는 0.12% 올랐는데 둔촌동과 암사동 대단지 전셋값이 오른 영향이다. 동작구(0.11%), 영등포구(0.09%), 성동구(0.08%) 등도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졌다.
반면 동대문구(-0.02%)와 성북구(-0.02%)는 전셋값이 내렸다. 이들 지역에서 대규모 입주장이 펼쳐져서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인데다 한 번에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소화되는 속도가 더디다는 게 현장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역세권과 대단지 등 선호단지 중심으로 상승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다만 입주 영향이 있는 지역과 구축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