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지난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한 뒤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 감소 속에 송파구는 1년여 만에 하락 전환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2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주일 전보다 0.01% 내렸다. 수도권(0.07%→0.03%)은 상승세가 약해졌고, 지방(-0.04%→-0.04%)은 하락세를 유지했다.
서울 아파트값(0.25%→0.11%)은 상승폭이 확 줄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부터 급등세를 보인 송파구는 이번주 0.03% 내렸다. 작년 2월 첫째 주(-0.04%) 이후 13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했다.
마포구(0.29%→0.21%), 성동구(0.37%→0.35%) 등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도 상승폭이 축소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이 줄고 관망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구역 확대 시행 첫주
송파구, 13개월 만에 하락 전환…'리센츠' 전용 124㎡ 28억 거래
“지난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발표가 나온 뒤 주말까지는 문의 전화가 쏟아졌는데, 이번주는 잠잠하네요. 당분간 거래가 크게 줄어들까 걱정입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 대표)
지난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문의 전화가 확 줄었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 급매물이 대부분 소화되고 시장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 지역에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해져 매수 수요가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매매가 낮춘 급매 시세에 반영돼
강남권뿐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 아파트값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24일 기준) 송파구 집값은 1주일 전보다 0.03% 내렸다. 지난주 0.79% 오른 것과 비교하면 한 주 만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13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여파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124㎡는 28억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매매가(36억5000만원)에 비해 8억5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함께 묶인 강남구(0.83%→0.36%) 서초구(0.69%→0.28%) 용산구(0.34%→0.18%) 등도 상승 폭이 축소됐다. 성동구(0.37%→0.35%) 마포구(0.29%→0.21%) 광진구(0.25%→0.15%) 동작구(0.20%→0.17%) 등 한강벨트 역시 상승세가 약해졌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낀 물건은 호가를 1억~2억원가량 낮춰 급매 거래가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일부 단지에선 신고가 거래도 나왔다. 당분간 규제가 풀리기 힘들다고 보고 강남권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매수 수요가 붙은 영향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3일 나흘 동안 강남구에서는 20건의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2차’ 전용 190㎡는 6억원 오른 신고가에 손바뀜했다. 삼성동 ‘영무예다음’ 전용 84㎡는 15억2000만원으로 이전 최고가보다 3억4000만원, 도곡동 ‘도곡대림’ 전용 84㎡는 21억원으로 2억6000만원 오른 금액에 거래됐다.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삼성동 ‘래미안삼성2차’, 역삼동 ‘e편한세상’ 등도 1억~2억원 오른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 “구 전체 지정은 과도한 규제”
서울시가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지 한 달 만에 결정을 번복해 구역을 확대 재지정하자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과거 동 단위로 구역을 지정하던 것과 달리 구 전체를 규제로 묶은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파구 끝자락에 있는 거여·마천동, 위례신도시와 용산구 효창동 등지의 주민 반발이 거세다. 집값 상승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곳까지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효창동 한 주민은 “자녀가 분가해서 집을 팔고 옮기려는 계획을 다 짜놨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는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와 같은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때 사전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개선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조직을 부동산 정책과 시장 동향을 분석하는 전담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때 주택시장과 거시경제 동향을 체계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하락세를 이어가는 지방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집값은 이번주 0.13% 하락해 전주(-0.09%)보다 하락 폭이 더 커졌다. 강원(0.0%→-0.04%) 경남(-0.03%→-0.05%) 등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다주택자 규제로 매수세가 수도권으로만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락/임근호/강영연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