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내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하위법규가 다음 달 윤곽을 드러낸다. 업계는 투자자 거래한도, 기초자산 발행 범위 등에 따라 향후 시장 규모와 사업자 판도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7월 중 토큰증권 관련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거래한도, 동일 유형 기초자산을 묶어 발행하는 '풀링(pooling)' 허용 범위, 기초자산 가치평가·공시 기준 등을 핵심 쟁점으로 꼽는다.
가장 관심이 높은 부분은 투자자 거래한도다. 현재 조각투자 상품은 혁신금융서비스 체계 아래 투자 한도가 적용되고 있다. 일반투자자 기준 뮤직카우 음악 수익증권은 연간 1000만원,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은 연간 2000만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 수준의 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한도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될 경우 초기 시장 형성과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연간 총량 한도보다는 상품별 한도 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양한 기초자산이 등장하는 토큰증권 시장 특성상 전체 투자 가능 금액을 일괄 제한하면 투자자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려워지고, 초기 유통시장 거래도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한도 수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초기 시장 유동성을 고려한 방향으로 검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연간 총량 한도보다는 특정 상품별 한도로 정리되는 방향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은 풀링의 세부 허용 범위와 요건이다. 금융위는 지난 5월 토큰증권 협의체에서 현재 금지된 기초자산 풀링을 향후 동일종류 자산, 일정 범위 안에서 허용하는 방향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풀링이 제도화되면 개별 자산별로 각각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동일 유형의 기초자산을 묶어 하나의 조각투자 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업계에서는 발행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상품 다양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풀링은 단순히 여러 자산을 한 상품으로 묶는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개별 자산만으로는 투자상품화가 어려웠던 비정형 자산을 제도권 상품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특허권,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등은 단일 자산만으로 현금흐름 예측과 가치평가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러 자산을 포트폴리오로 묶으면 개별 자산 리스크를 분산하고 수익 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예컨대 통신,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동일 분야 특허 포트폴리오를 묶거나 복수 콘텐츠 수익권을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향후 검토될 수 있다.
토큰증권 생태계가 부동산 중심에서 특허권, 콘텐츠, IP, 선박, 사업권 등 비정형 자산 중심으로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펀블이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데 이어 카사코리아도 신규 공모를 중단하고 기존 자산 정리에 나서면서 부동산 조각투자 모델의 한계가 부각됐다.
부동산 조각투자의 어려움은 리츠(REITs)와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상장 리츠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배당소득에 9.9% 분리과세 특례가 적용되지만, 조각투자 상품은 배당소득세 15.4%가 적용된다.
기초자산 다변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바이셀스탠다드는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와 통신·반도체·소프트웨어 특허 로열티를 기초자산으로 한 토큰증권 상품화를 추진 중이다. 해양진흥공사는 HMM 용선 컨테이너선을 활용한 선박 조각투자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며, 한국ST거래와 LS증권은 '백년가게' 소상공인 공동사업 매출 기반 투자계약증권 장외거래 플랫폼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이 특허권, 콘텐츠, IP 같은 새로운 자산으로 커지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시장 혁신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령이 설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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