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인공지능(AI) 대표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행선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당초 코스닥시장 입성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정부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급격히 커지자 유가증권시장 상장 가능성이 함께 거론된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등 상장을 준비 중인 주요 AI 기업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AI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 적자 기업인 곳들이다. 그동안 실적 기준이 까다로운 유가증권시장보다는 특례 상장 제도가 활성화된 코스닥시장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올해 초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이들 기업과 만나 코스닥시장 상장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과거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위주였던 코스닥시장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AI, 로봇, 우주항공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대표 주자를 확보해야 한다. 이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시장의 신뢰성과 성장성을 증명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최근 이들 기업이 국민성장펀드 등의 투자를 받으며 치솟은 기업가치가 변수가 됐다. 시장에서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약 3조4000억원으로 평가됐으며, 퓨리오사AI는 4조원, 업스테이지는 2조원 수준이다.
코스닥시장 활성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들 기업이 잇따라 상장하더라도 원활한 주식 거래와 추가 자금 조달을 뒷받침할 만한 유동성이 충분한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겼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자금이 투입된 만큼 향후 자금 회수 측면에서도 거래대금이 풍부하고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은 유가증권시장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들 AI 기업의 상장 행선지가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니콘 기업의 코스닥시장 안착을 원하는 거래소의 명분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 및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이들의 실리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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