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지방 산단 정책, '정주 여건' 마련이 최우선](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7/22/news-p.v1.20260722.aeee0a0888c94dca872c53e1f4c6fd92_P1.png)
지방 산업도시는 넉넉한 부지와 용수, 파격적인 행정 지원을 갖추고도 '인재 유출'이라는 벽에 막혀 있다. 고급 엔지니어와 청년이 지방을 외면하는 본질적 이유는 의료, 교육, 문화로 대표되는 정주 여건의 격차다. 이 때문에 지방 산단의 부활은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을 만드는 국가 차원 결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지방 지자체 관계자들의 고민은 기업 유치 자체보다 '사람'에 쏠려 있었다. 경북 구미시의 경우 풍부한 공업용수와 유휴 부지, 원스톱 행정 지원 체계를 갖췄음에도 엔지니어 확보에 애를 먹는다. 매년 대구·경북에서 2만명, 구미에서만 1000~2000명의 20대 청년이 수도권으로 유출된다. 지역 세금으로 키워낸 인재가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를 찾아 떠나는 '인력 공급처' 잔혹사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의료 인프라 부족이다. 중증 질환이나 응급 상황 발생 시 KTX·SRT를 타고 서울 대형병원으로 상경 치료를 떠나야 한다. 월요일 새벽 수도권행 고속열차가 '상경 병원 전용 열차'로 불리는 현실은 정주 여건의 단면을 보여준다.
교육과 문화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자녀 교육 환경 문제로 핵심 간부들은 수도권 거주를 고수하며 주말 부부 생활을 하고, 젊은 엔지니어들은 이탈한다. 지방도시가 문화적 향유를 제공하지 못하고 산업 기능만 수행하는 일터로 전락한 이유다.
지자체 고유의 노력만으로는 수도권 쏠림을 저지하기 어렵다. 공장 부지 제공을 넘어 세제 혜택, 주거 지원, 지역 거점 대학 및 의료기관에 대한 집중 투자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 첨단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우수한 연구·의료·문화망을 통해 인재를 유인하는 프랑스 '그르노블'이 대표적 참조 모델이다.
국가는 '어디에 공장을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엔지니어가 아이를 키우고 가족과 함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주 여건의 혁신 없는 지방 산단 육성책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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