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에 진심인 중동…에너지엑스 "현지법인 3개 세워 적극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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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세계 유일의 제로에너지빌딩(ZEB·Zero Energy Building)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카타르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 산하 국영기업인 카타르 디아르 부동산 투자청과 공동 사업 협약을 맺고, 카타르의 탄소중립 미래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스타트업은 바로 ‘에너지엑스’다. 에너지엑스는 건물주, 시행사, 건축가, 건설사가 지속 가능한 건축을 할 수 있도록 기술 기반 솔루션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컨설팅, 엔지니어링, 제조 기술을 융합해 시뮬레이션, 분석, 관리 솔루션을 ‘제로’라는 브랜드로 제공한다. 이 밖에도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솔루션을 ‘시스템’이라는 브랜드로 서비스한다.

최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현 에너지엑스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핵심 국가가 공통적인 톱 3대 산업 전략으로 지속 가능성과 재생에너지 산업을 내세우면서 제로에너지빌딩 솔루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UAE, 사우디, 카타르 3국에 모두 현지법인을 설립해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타겟해 설립 …기회 많은 중동 진출

에너지엑스가 중동에 진출한 건 2년 전이다. 해외 문을 먼저 두드린 데에는 박 대표의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미국, 중국, 일본, 네덜란드,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부 시절 핀테크 회사를 창업해 투자를 받기도 했고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AI 엔지니어 출신인 홍두화 공동대표와 함께 지속 가능한 건축의 비전을 실행하고자 에너지엑스를 설립했다.

박 대표는 “해외 거주 경험이 많으니 창업 초기부터 국내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기술 기반의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자 기획했다”며 “그 중에서도 지속가능성과 재생에너지를 핵심 전략으로 채택한 국가가 많은 중동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마침 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은 시리즈B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총알까지 장전한 상태였다. 이 시리즈B에는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웰컴벤처스, VTI 파트너스, 인라이트벤처스, 어니스트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여러 중동 국가 중에서도 카타르는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국가다. 초창기부터 함께한 쟌 잭스 댄드리옥스 이사가 시리즈B 라운드 이후 현지에 상주하며 사업개발을 이어간 덕이다.

박성현 에너지엑스 대표가 카타르 디아르 부동산 투자청과 협약을 맺기 위해 카타르에 방문했다. (왼쪽부터) 박성현 에너지엑스 대표, 쟌 잭스 댄드리옥스 에너지엑스 이사, 카타르 디아르 부동산 투자청 임원. (사진=에너지엑스)

그는 “대규모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어 현지 정부와 기업들이 에너지엑스 솔루션에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전략적인 접근에 힘입어 지난해 8월 카타르 디아르 부동산 투자청과 공동 사업 협약을 맺었다. 카타르 디아르는 48조원 규모의 세계적인 부동산 개발·투자 회사다. 영국의 가장 높은 건물인 더샤드, 미국 워싱턴 DC의 시티센터DC, 그리고 카타르 제2 도시인 루사일시티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엑스와 카타르 디아르는 협약 체결을 통해 △탄소중립의 미래를 향한 건축·부동산 시장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적 협업 △글로벌 지속 가능성 목표 달성을 위한 사업 협업 △친환경·지속 가능성에 대한 혁신 솔루션과 기술을 위한 공동 사업을 펼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말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비반(BIBAN)’에서 박성현 에너지엑스 대표가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에게 자사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에너지엑스)

카타르 이어 UAE·사우디까지 공략 중

에너지엑스는 현재 UAE, 사우디, 카타르 등 3개 중동 국가를 동시에 타겟 삼아 활동하고 있다. 박 대표는 “GCC 국가들은 같은 언어, 종교, 문화를 공유하는 지역으로 매우 밀접한 형제 국가다”라며 “다만 각 국가 마다 집중하는 영역이 다르다”고 전했다.

예컨대 에너지엑스가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카타르에서는 루사일과 시라인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기회를 발굴한다. 박 대표는 “카타르는 또한 현지뿐 아니라 주변 국가에서 글로벌 인재들이 몰리고 있어 채용에 가장 좋은 지역이라고 판단된다”며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에서는 메가시티 프로젝트에 솔루션이 사용되게끔 하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홍해 프로젝트, 로슌, 디리야 등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다수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세계 최대 기회의 시장으로 꼽힌다. UAE 역시 마스다, 라스알카이마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시되고 있고, 특히 금융과 산업이 중동 내에서 가장 발전된 선진 지역으로 꼽힌다. 수도 아부다비를 중심으로 에너지엑스의 제로 브랜드 운영 기술을 활용하게끔 확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너지엑스는 올해 현지 공략 전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UAE, 사우디, 카타르 3국에 모두 법인을 설립한다. 이때 중동에 지사장을 따로 두는 게 아니라 박성현 대표가 직접 올해 2월 중동으로 이주해 현지 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창업자로서 중동에서 직접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포부다. 박 대표가 직접 중동에 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관계 중심적인 사회고 누구와 사업을 논의하는지에 따라 의사결정 여부와 속도 차이가 매우 크다”며 “오랜 시간 진심을 가지고 관계를 쌓는 게 좋은 성과를 내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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