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NPL) 매각 규모가 8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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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미나 기자) |
12일 컨설팅업체 삼일PwC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은행의 NPL 매각 규모는 8조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5조 4000억원)보다 53% 늘어난 수준이다. 연간 NPL 매각 규모는 2021년 2조 9800억원에서 2022년 2조 370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 5조 4300억원으로 2배 이상 뛰더니 지난해에는 8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불투명한 부실채권이다.
시중은행별로 보면 기업은행(1조 7300억원)과 하나은행(1조 2600억원), 우리은행(1조 500억원)이 작년에만 1조원 이상의 NPL을 매각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8800억원, 8500억원어치 NPL를 매각했다. 2023년과 지난해 연체율이 높아진 국내 은행들이 NPL를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올해 NPL 매각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 둔화로 기존 한계 차주의 여신 등급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상호금융업권이 시장 매각에 참여하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자산유동화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상호금융기관 중앙회를 중심으로 NPL 대외 매각이 시작됐다. 작년 2분기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시작으로 5대 상호금융업권 중앙회(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모두 시장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농협중앙회가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NPL을 시장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금융기관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2%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3년 이후 급격히 상승해 작년 6월 말 5.9% 수준으로 높아졌다.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작년 상반기 기준 연체율은 새마을금고 7.24%, 신협 6.25%, 수협 6.08%를 기록했다. NPL 시장 점유율은 작년 기준 유암코가 45.3%로 가장 높고 이어 대신F&I(17.1%), 하나F&I(14.8%), 키움F&I(12.7%) 순이었다.
PwC는 “1분기 매각 의향 물량이 2조원 수준으로 상반기 내 약 4조~5조원 규모의 매각을 예상한다”며 “상호금융기관의 NPL 자회사 활성화로 PF, 브릿지론 등 공동 대출 위주의 대외 매각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