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 보건 당국은 탈모 치료제로 유명한 미녹시딜(minoxidil)로 인해 아이의 온몸에 털이 자라는 ‘늑대 인간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3일 보도했다.
2023년 이후 유럽에서 미녹시딜과 관련된 아이의 늑대인간증후군 발병 사례는 12건 보고됐다. 주로 두피에 도포해 미녹시딜을 사용한 부모들의 자녀들에서 털로 덮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늑대인간증후군이란 얼굴, 팔 등 신체 여러 부위에 5cm에 달하는 털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자라는 질환을 뜻한다. 의학적으로 ‘다모증(hypertrichosis)’이라 불린다.스페인 북부 나바라 주의 약물감시센터에 따르면, 2023년 4월 한 남자아기에게서 늑대인간증후군이 발생했다. 당시 아기의 아버지는 탈모 치료를 위해 두피에 5% 농도의 미녹시딜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당 약물 사용을 중단하자 아기에게 나타나던 증상이 사라졌다.
스페인 언론사 엘 이코노미스타(El Economista)에 따르면 유럽에서 미녹시딜과 관련된 아기 다모증 사례 10건이 추가로 발견됐다. 모든 경우에서 부모가 미녹시딜 사용을 중단하자 증상이 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녹시딜이 부모로부터 아기에게 피부 또는 입을 통해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기가 약물을 바른 부모의 머리나 손을 빨거나 물면서 해당 성분이 노출될 수 있다고 약물감시센터는 전했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신생아와 같은 어린 아기들이 미녹시딜 약물에 노출되면 심장과 신장에 손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FDA는 1988년 ‘미녹시딜’ 성분을 탈모 치료제로 처음 공식 인증했다. 미녹시딜은 원래 궤양을 치료하려고 만든 약물이었으나 궤양에는 효과가 없고 혈관을 확장한다는 점이 발견됐다. 환자들 사이에서 털이 자라는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탈모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당초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FDA에서 미녹시딜을 바르는 로션 형태의 탈모약으로 승인받았는데, 실제로는 알약으로도 많이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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