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때 USTR 관세 전쟁 주도
외부서 무역 정책 조언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보호무역주의 설계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사진)가 2기 행정부에선 기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는 차기 행정부에서 경제 분야와 관련된 고위직을 희망했지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 ‘월가 출신 금융인’에게 밀렸다. 한동안 라이트하이저가 USTR 대표에 다시 지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본인이 이 자리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30년 이상 통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관세 부과를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중 무역 전쟁을 주도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결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강력한 관세와 보호무역 기조를 강조해 온 가운데, 이를 주도했던 라이트하이저가 배제됨에 따라 관련 정책이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WSJ는 “라이트하이저는 무역법에 관해 백과사전 수준의 지식을 가진 노련한 협상가”라며 “그의 부재는 2기 행정부에서 트럼프의 야망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베센트 지명자의 경우 10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강경한 관세 공약은 다른 국가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관세를 협상 도구로 보는 시각으로, 관세를 무역적자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여기는 라이트하이저와는 상반된다.다만 라이트하이저가 외부에서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 조언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새 USTR 대표로 라이트하이저의 비서실장을 지낸 제이미슨 그리어가 임명된 데도 그의 적극적인 추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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